원두 없이 커피를 만든다?

“커피는 어떤 원두로 하시겠어요?”

카페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커피를 잘 아는 사람들은 바로 답하겠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죠. 하지만 이것만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커피는 원두에서 추출해 만든다는 것. 상식적인 얘긴데 이런 상식을 뒤엎은 커피들이 있습니다.

씨앗 추출물 합성해 커피 만든 ‘아토모’

아토모(Atomo)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대체커피 제조 스타트업입니다. 20여 년 경력의 연쇄 창업자 앤디 클레이치(Andy Kleitsch)와 푸드 사이언티스트인 재럿 스탑포스(Jarret Stopforth)가 2019년 공동 창업한 곳이죠. 이들은 호기롭게(?) 스타벅스 헤드쿼터 근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쓴맛을 줄이기 위해 크림이나 설탕을 넣는 걸 보고 ‘쓴맛을 없앤 커피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바로 창고에서 화합물을 조합해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라비카 커피 원두를 분자 단위까지 분석해 기존 커피의 풍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화합물과 조합을 찾았습니다.

아토모 커피에는 수박씨 해바라기씨 등에서 추출한 물질이 활용됩니다. 쓴맛을 줄이고 부드러움을 살린 게 특징입니다. 당연히 카페인도 들어있습니다. 아토모에 따르면 60여 개 식물이 자연적으로 카페인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워싱턴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맛 검증 자체 테스트에서 아토모 커피는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스타벅스 커피와 아토모 커피를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참여자의 70%가 아토모의 부드러운 맛이 더 낫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토모 공동창업자_출처 : 아토모

앤디클레이치
재럿 스탑포스

앤디 클레이치(좌)와 재럿 스탑포스 아토모 공동창업자_출처 : 아토모

왜 이들은 멀쩡한 원두를 두고 ‘커피 없는 커피’를 만든 걸까요? ‘환경’이 가장 큰 이유라고 아토모는 설명합니다. 온난화 때문에 커피 재배지가 줄고 있는데, 커피 재배가 온난화를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요.

2019년 과학논문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야생 커피종(75종) 60%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상승할 경우 2028년엔 커피 생산량이 현재보다 40~50% 줄어들 것이라 예측을 내놨습니다. 또, 2040년이면 세계 커피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라비카 품종과 로부스타 품종이 멸종할 수 있다고 전망했죠.

아이러니하게도 커피 지배 확대는 온난화를 부추깁니다. 아토모는 “수요 증대와 기후 변화로 커피 재배할 곳을 찾아 삼림 채벌이 늘어나고 있으며, 커피는 카카오에 이어 탄소발자국을 많이 남기는 농작물”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요.

이들이 제시한 방식은 ‘푸드 업사이클링’입니다. 미국에서 재배된 식물의 버려지는 부분인 씨 줄기 잎사귀 등을 활용해 커피를 만드는 거죠. 버려지는 재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고, 농가에는 추가 소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아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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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토모

세포 배양과 미생물로 만드는 커피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커피는 또 있습니다. 북유럽 초대 기술연구소인 핀란드의 국가기술연구소(VTT)는 커피나무 잎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해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일명 ‘세포배양 커피’입니다. 커피나무 세포를 길러 건조해 볶는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가루를 만듭니다. VTT는 시음 결과 맛과 향이 기존 커피와 같다고 말합니다.

제조 과정에서 살충제를 쓰지 않고, 물과 비료 사용량도 적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 볼 수 있는데요. VTT는 4년 내 규제 승인을 얻어 세포배양 커피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커피나무 잎에서 세포를 추출한 뒤 배양해 만든 커피가루_출처 : V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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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 잎에서 세포를 추출한 뒤 배양해 만든 커피가루_출처 : VTT

미국의 스타트업 컴파운드 푸드(Compound Foods) 역시 실험실에서 커피를 만드는 곳입니다. 지속가능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식품 과학과 발효 기술로 미생물을 활용해 커피를 만들고 있습니다. 언뜻 상상이 잘 가지 않습니다. 창업자인 마리켈 세렌스(Maricel Saenz)는 “발효 기술은 이미 커피 생산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농장에서 일어날 일을 실험실에서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는 물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 방식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또 카페인의 양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커피들. 재미있지만 아직은 온전히 신뢰가 가진 않습니다. 맛이 커피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것들을 ‘커피’라고 불러도 될지부터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한번쯤 마셔보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대체육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대체커피들도 그럴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박은애

박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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