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기 가장 쉬운 술, 와인
낮과 밤이 희미해지는 즐거움. 와인만 한 게 없죠.
홈술 열풍을 타고 와인이 친근해졌습니다. 손을 대면 품종에 대한 설명과 페어링까지 추천해 주는 리테일 테크도 현실이 됐죠. 가격부터 구매까지 진입장벽을 허무는 와인. 친해지고 싶다는데 한번은 만나봐야겠죠?
빈티지 와인?
와인의 라벨은 품종·지역·제품명에 따라 표기됩니다. 품종별 라벨이라면 표기된 포도 품종은 일정 비율 이상 와인에 포함됐다는 뜻인데, 미국에선 이를 75%로 규정하고 있어요. 만약 리슬링(Riesling)이 라벨에 쓰여있다면 75% 이상 포함된 거죠.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처럼 품종(앞)과 함께 지역 이름(뒤)도 라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인 이름을 따로 지어서 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포도를 수확한 연도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건 빈티지(Vintage)라고 합니다. 연도가 없는 와인도 있습니다. 여러 해의 와인을 섞기 때문이죠. 빈티지가 없으니까 논빈티지(Non vintage). 가격만큼이나 라벨을 자세히 봐야 하는 이유에요. 빈티지 와인이 뭔지 알겠죠?
와인의 품질과 맛을 결정짓는 요소는 크게 다섯 가지(보디·당도·타닌·산도·알코올)입니다. 보디는 와인의 강도예요. 그래서 라이트(Light)와 풀(Full)로 나뉘는데요, 풀로 갈수록 맛이 진합니다. 보통 당도가 높으면 보디도 강해집니다. 스위트 와인은 진하죠. 반대로 탄산은 보디를 감소시키고요. 스파클링 와인이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와인의 단맛은 발효되지 않은 포도의 당분(잔당)이 결정짓는데요, 범위가 무척 넓습니다. 그리고 잔당이 동일하더라도 산도나 타닌에 의해서 더 혹은 덜 달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타닌은 와인에서 쓴맛을 담당합니다. 포도 껍질이나 오크 통에서 나오는 타닌은 와인의 산화를 막아주고 안정화 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산도는 시큼한 맛이랑 관련 있습니다. 산도가 낮으면 무거워지고 더 달죠. 알코올 도수는 포도의 당도가 높아질수록 올라갑니다.
뷔페가도 채식부터
만약 여러 와인을 같은 시간에 마신다면 가벼운 와인, 그러니까 라이트 보디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가령 스파클링부터 시작해서 레드 와인으로 가는 거죠. 뷔페 가서 채식부터 시작하다가 고기로 넘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순서만큼이나 온도도 중요해요. 가벼운 와인은 차게 마시는 것이 좋아요. 스파클링 와인은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고고씽'. 화이트 와인은 7℃ 정도가 적당한데 냉장고에서 꺼낸 뒤 10분가량 있다가 마시면 '굳'. 레드 와인은 병에 손을 댔을 때 ‘약간 차다’는 느낌이면 됩니다.
이젠 딸 차례. 오픈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와인병이 절대 움직이면 안 됩니다. 포일을 벗길 때도요. 샴페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병을 고정시키고 열어야 예의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코르크는 손상 없이 ‘무사히’ 빼는 것이 중요합니다. 20년 가까이 와인 업계에 종사한 '와인디렉터 양갱'에 따르면, 병목을 한 손으로 잡고 살짝 기울여서 스크루를 코르크 중앙에 ‘꽂아 넣는다’는 생각으로 공략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들어갔다 싶으면 병을 다시 수직으로 세워서 돌리면 되고요.
오픈하고 나선 디캔팅(와인을 다른 용기에 옮겨 담는 것)도 괜찮아요. 특히 레드 와인이요. 공기와 마주하면서 와인이 산화되고 타닌이 줄어들면서 맛이 한층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어요. 용기는 유리나 크리스털을 추천합니다.
와인을 마실 때도 유리잔이 좋아요. 종이컵으로 마실 바엔 그냥 병째로 들이키세요. 잔의 형태는 각양각색인데 와인의 종류에 맞추면 됩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얇고 긴 형태가 좋아요. 거품이 잘 보존되니까요. 플루트(Flute)가 제격이죠. 이와 반대로 넓고 둥근 볼은 레드 와인에 어울려요. 향을 잘 모아주기 때문에 풍미를 느끼기에 좋죠.
‘짠’ 할 때는 볼과 볼이 닿도록 하고요. 얼굴 말고 잔이요. 기울여서 림(Rim)이 부딪힌다면 깨질 수도 있어요. 약한 부분이라서요. 마실 때도 같은 위치로 마시면서 입술 자국을 한 곳에만 남기도록 해보세요. 여기저기 체취(?)를 남기면 마실 때마다 와인의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없을 테니까요.
한잔할래요?
준비를 마쳤으니 올여름 함께할 파트너를 찾아보도록 하죠. 시즌에 맞게 청량감 넘치고 화사한 게 좋겠죠. 맛도 가격도 가벼운 데일리 와인을 찾는다면 ‘G7 샤르도네’만한 게 없죠. 일단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 살 수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1400만 병 이상 판매된 이유이기도 하죠.
칠레에서 온 G7 샤르도네는 빛나는 황금빛 컬러에 열대 과일의 향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에요. 향에 비해 맛은 그렇게 달진 않아요. 은은하게 퍼지는 여운이 인상적이죠. 화이트 와인은 흰색 고기와 잘 맞아요. 생선이나 해산물과 궁합이 좋죠. 샐러드나 치즈도 괜찮고요. ‘몬테 카를로’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처럼 밝고 귀여운 영화와 함께 한다면 더 좋고요.
G7 샤르도네, 델라모뜨 브륏, 루이자도 마르사네 로제_출처 : 신세계 L&B
G7 샤르도네_출처 : 신세계 L&B
델라모뜨 브륏_출처 : 신세계 L&B
루이자도 마르사네 로제_출처 : 신세계 L&B
오픈할 때 시원하게 터지는 효과음과 함께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기포 소리까지. 여름엔 샴페인이 잘 맞죠. 너무 달아서 샴페인이 싫었다면 ‘델라모뜨 브륏’은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등 품종이 섞여 신선한 향과 무게감이 어우러진 프랑스 샴페인이라 식전 주로 활용하기도 좋고 과일 디저트와도 잘 어울리죠. ‘맘마미아’나 ‘위아 유어 프렌즈’처럼 뮤지컬 혹은 전자음이 곁들어진 영화와 함께 한다면 분위기 ‘업’ 되지 않을까요? 잭 블랙이 주연한 음악 영화 ‘스쿨 오브 락’도 괜찮겠네요.
썸남 혹은 썸녀와 함께 한다면 핑크빛 로제 와인을 추천합니다. 밀고 당기는 게 중요한 때니까요. 너무 가볍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너무 진지한 분위기는 부담스러울 테고 적당히 편하게 상대의 템포에 맞춰서 다가가고 싶다면 ‘루이자도 마르사네 로제’를 추천해요. 붉은 과일의 진한 향과 진한 풍미가 담긴 이 로제 와인은 당도는 낮아도 섬세하고 진중한 맛이 일품입니다.
레드 와인만큼이나 묵직한 풍미가 특징인 만큼 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바비큐부터 피자까지요. 대만의 판타지 멜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나 일본 로맨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처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마시기 딱이죠. (여자)아이들 미연의 솔로 앨범 수록곡 ‘Softly’를 배경음악 삼아 마셔도 좋고요.
누구의 추천보단 '필'대로
지난해 신세계 L&B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와인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맛(61.3%)과 가격(42.2%)으로 나왔습니다. 맛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이 선택받는 시대인 거죠.
김설아 신세계 L&B 마케팅 파트장은 “앞으로 와인 소비 스펙트럼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고가의 와인만을 선택하기보단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두루 경험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와인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마시는 술이 아닙니다. 편의점에서도 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맥주 대신 장바구니에 담을 만큼 가격도 착해졌잖아요.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여름밤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일단 일잔(一盞)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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