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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셰프가
연남동 라멘가게 물려받은 이유, 사루카메

라멘 가게의 격전지인 서울 연남동. 연남동의 수많은 라멘 가게 중 ‘사루카메’는 오픈런에 나서는 손님들까지 나타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곳은 2021년부터 2대 오너가 가게를 맡고 있습니다. 1대 오너가 사정으로 가게를 접게 되며, 이를 아깝게 여긴 혼마 히로토(本間 裕人)씨가 가게를 계승했는데요.

한미일 3국을 돌며 레스토랑 업계에서 수행을 했던 셰프가 어쩌다 한국에 정착해 라멘 가게를 키워가고 있는지, 한 개인의 정성과 진심이 레스토랑을 키우는 데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들어봅니다.

일본 오사카의 인류모두면류(人類みな麺類)는 조개를 많이 쓴 쇼유라멘으로 현지인의 많은 사랑을 받은 레스토랑입니다. 거기서 수행을 마친 한국청년이 2017년 서울 연남동에서 라멘가게 ‘사루카메’를 엽니다. 빠릿하게 움직이는 사루(サル,원숭이)와 느릿하지만 우직하게 나아가는 카메(かめ,거북이)를 닮은 라멘가게를 운영하겠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었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라멘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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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공장에서 미리 만든 수프나 기성품을 멀리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라멘을 추구했습니다. 식재료 공급안정에 힘쓰고, 때때로 선보인 실험적인 메뉴로 가게는 진화를 거듭했죠.

홈메이드 퀄리티를 선보이는 라멘가게는 단숨에 한국 라멘마니아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사루카메는 빠른 속도로 입소문이 번져, 연남동의 인기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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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카메 오픈시간에 맞춰 줄서기에 나선 손님들_출처 : 바이브랜드

조개를 활용한 해물 육수 베이스의 쇼유라멘이 당시 사루카메의 인기 메뉴입니다. 해물을 활용한 라멘요리는 퀄리티 최적화가 힘들고 조리과정이 번거로워, 한국에서는 간판 메뉴로 내미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사루카메 창립자는 일본 현지에서 배운 레시피를 재현하는 한편, 한국의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며 시그니처 메뉴의 맛을 안정시켰죠. 시그니처 라멘의 일관된 맛은 사람들이 줄을 서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됐습니다.

베테랑 셰프가 계승한 사루카메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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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 히로토(本間 裕人) 셰프_출처 : 사루카메 공식 인스타그램

2020년 들어 사루카메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창립자에게 사정이 생겨 가게를 온전히 운영하기 힘들어진 것인데요. 라멘가게를 다른 사람이 물려받는 건 요식업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창립자는 사루카메가 수년간 발전시킨 브랜드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습니다.

운영 여부를 쉽사리 결정짓지 못하던 2021년, 사루카메를 이어갈 적임자가 나타납니다. 사루카메를 방문했던 혼마 히로토(本間 裕人) 셰프였죠. 혼마 셰프는 교토 출신으로, 도쿄와 뉴욕에서 레스토랑 업무를 맡은 이력이 있습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오랜 실무경험이 있었고 신규오픈 레스토랑을 최적화시키는 일을 많이 해서 브랜딩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셰프였죠.

창립자와 혼마 셰프는 둘다 일본에서 라멘수행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레스토랑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여서 깊은 대화를 나누며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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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카메 키오스크_출처 : 바이브랜드

때 마침 한국인 아내와 함께 국내 일본라멘가게 시장조사에 나섰던 혼마 셰프는 사루카메를 좋은 바탕을 지닌 가게라 여겼고, 사루카메라는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이어갈 수 있겠다고 판단합니다. 창립자도 사루카메 브랜드 계승에 동의했죠.

“기적적으로 만났다고 생각해요. 사루카메는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도 좋은 라멘가게, 훌륭한 레스토랑이라고 느꼈어요. 라멘 레시피나 가게 분위기 모두 훌륭한데, 이게 사라진다면 너무 아깝다고 봤습니다.

저희는 정식으로 사루카메라는 브랜드를 잇는 셈인데요. 직원 고용도 그대로 이어가고, 대표 메뉴 레시피도 이전 사장님의 스타일을 유지합니다. 저도 한국에서 인생을 걸고 한 번 가게운영에 나서보자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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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카메 오픈

2021.08

혼마 히로토 셰프 중심으로 브랜드 승계

2021.09

기간한정 특별라멘요리 서비스 시작

2021.11

가게 좌석수 확보를 위한 리모델링 완료

2022.02

테이블링 예약 서비스 시작

사루카메 오픈

혼마 히로토 셰프 중심으로 브랜드 승계

기간한정 특별라멘요리 서비스 시작

가게 좌석수 확보를 위한 리모델링 완료

테이블링 예약 서비스 시작

혼마 셰프는 사루카메를 물려받은 후, 가장 먼저 매장 최적화와 신메뉴 개발에 나섰습니다. 가게구조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일본에서 따로 주문한 쇼유간장을 하나씩 테스트했죠.

혼마 셰프는 신메뉴 개발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일본에서 배운 ‘슈하리(守破離)’정신이라 말합니다. 이는 기초를 제대로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입니다.

사루카메가 라멘의 히스토리를 손님과 공유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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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가게는 재정비를 마치고 21년 겨울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갑니다. 혼마 셰프에 따르면 현재 사루카메가 라멘가게로 추구하는 방향성을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오늘날 외식은 밥만 먹는 게 아닙니다. 어떤 가치관을 형성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일이라 생각해요. 가게는 손님에게 스토리를 만들어서 전달하고 싶어지죠. 모든 스태프가 그런 점을 의식하면서 손님을 대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혼마 셰프는 연남동이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에서 제일 오픈 마인드인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이라면, 라멘가게에 머무를 때 품게 되는 궁금증을 최대한 정성껏 풀어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죠.

사루카메는 리뉴얼 후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영상 콘텐츠를 띄우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가게운영자의 소소한 일상 글과 영업공지가 대부분이었죠. 지금은 혼마 셰프가 스태프와 함께 아침마다 구독자에게 말을 걸 듯 피드를 채워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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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새로 선보인 라멘이 어떤 의도를 담아 만들었는지, 제면은 어디서 배웠는지 알리며 구독자에게 흥미로운 요리 정보를 제공하죠.

혼마 셰프는 이런 변화를 ‘관계맺기’라 설명합니다. 가게를 운영하며 새로 맺는 관계가 늘고, 좋은 관계가 신선한 영감을 낳으며, 이것이 결국 새로운 이야깃거리로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사루카메의 모든 메뉴는 갑자기 생겨나지 않아요. 관계가 만든 이야기죠. 예를 들어 최근 선보인 꽃게 라멘은 마포 농수산물시장 거래처 사장님이 따로 챙겨주신 식재료 덕분입니다. 연구해보니 정말 훌륭한 식재료인 거죠. 사실 꽃게는 일본에서 일반적인 해산물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인기도 많고 겨울엔 제철재료인데요. 이걸 기존 메뉴에 더해본 겁니다.

이렇게 가게를 하다보면 요리에 영감을 준 백그라운드 히스토리가 생기는데, 그릇 안에 담긴 맥락을 손님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SNS는 창문 역할입니다. 사루카메 스태프에게 제가 익힌 식문화를 전수하듯, 식당 밖 손님에게 사루카메의 관계맺기 과정을 전달하는 것도 브랜드가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루카메가 나아가려는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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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사루카메가 브랜드로서 어떤 미션을 추구하는지 묻는 질문에 혼마 셰프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국산 식재료를 활용해 제가 일본과 미국에서 경험했던 것 이상의 맛을 내고 싶어요. 그 목표에 도달하려 노력하는 것 자체가 정말 즐거운 작업입니다.”

혼마 셰프는 자신이 일본 출신이라는 점이 운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라멘에 있어서 만큼은 제대로 된 경험, 진짜 좋은 요리를 분별하는 안목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를 십분 살리고, 사루카메 창업자의 정신을 이어 매장을 발전시켜갈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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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사루카메의 비전(vision)을 말하던 혼마 셰프는 평소 좋아하는 장승배기에 있는 순대국집을 언급했습니다. 맛도 휼륭하지만 손님과 주인이 서로 기억하고 정을 나누는 그 순대국집처럼 사루카메를 운영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전합니다.

취재가 끝나고 일주일 뒤, 사루카메를 다시 찾아 도쿄식 츄카소바를 먹었습니다. 스태프가 손님에게 차슈 위에 얹힌 파튀김을 언제 어떻게 섞어 먹으면 좋을지 알려주는 게 인상깊었습니다. 음식 이상의 경험을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이는 것. 연남동의 작은 라멘가게 사루카메가 매일 실천하는 브랜딩입니다.

김정년

김정년

info@buybran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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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카메에서 구매한 내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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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03.04 승인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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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웰메이드 라멘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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