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에 1N만 원 쓰는 이유
목욕에 얼마까지 쓸 수 있나요? 혼자 목욕하고 세신받는 1인 세신샵은 1회에 10만 원을 호가하는데 예약이 끊이질 않습니다. 사람들은 왜 야근 후 늦은 밤에도 세신샵으로 향할까요.
‘혼목’이 뜨는 이유
1인 세신샵은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등장한 비즈니스입니다. 대중목욕탕이 집합 금지 대상이 되고, 감염에 대한 우려로 이용이 줄어들자 그 틈을 비집어 들었습니다. 지난 1년간 10여 개 브랜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로 생겨났죠. 오롯이 혼자 목욕을 할 수 있는 만큼 청결과 위생에 대한 걱정을 대폭 줄였습니다.
‘미코노미(Me+Economoy, 자기중심 소비)’시대가 도래한 것도 한몫합니다. 미코노미는 자신이 가치를 두는 것엔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을 뜻합니다. MZ 세대가 경제 주체로 부상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생긴 소비 트렌드죠. 1인 세신샵은 가격이 비싸도 이왕 돈을 쓴다면 제대로 쓰고 싶은 사람들을 겨냥합니다.
욕조, 세신 베드, 건식 사우나 등이 마련된 세신실 전경_출처 : 바이브랜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여성전용 1인 세신샵 ‘스파헤움’의 곽혜린 대표 역시 이에 동감합니다. 그는 “개인 공간에서 혼자 조용히 쉬면서 목욕할 수 있어서 고객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합니다. 최근 욕조를 없애는 것이 인테리어 트렌드로 자리 잡아 집에서도 ‘혼목’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봐도 2시간 안팎의 목욕과 세신에 선뜻 10만 원을 넘게 내는 건 머뭇거려집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세신은 목욕의 꽃”
스파 헤움 입구/복도를 따라 5개의 세신실이 위치한다_출처 : 바이브랜드
스파헤움 입구_출처 : 바이브랜드
복도를 따라 5개의 세신실이 위치한다_출처 : 바이브랜드
스파헤움은 에스테틱 샵 분위기와 흡사합니다. 목욕탕의 상징인 투명한 유리 문이 아닌 목재 소재의 문이 큰 역할을 하는데요. 사실 목욕업소는 불투명한 재질로 문을 만들 수 없습니다. 곽 대표가 비싼 물세에도 일반 업종으로 등록한 이유입니다. 공간에 들어서면서부터 바깥세상과 단절돼 스스로에게만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죠.
복도를 따라 5개의 독립된 방이 있어 다른 이용자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습니다. 직원 안내를 받아 탈의실에 들어가면 바로 옆에 세신실이 있습니다. 4평 남짓한 공간엔 세신 배드, 1인 욕조, 1인 건식 사우나가 마련돼 있죠. 홀로 욕조에서 각질을 불리고 있으면 약 20분 뒤 세신사가 들어와 때를 밀어줍니다.
1인용 건식 사우나 및 욕조_출처 : 바이브랜드
1인용 건식 사우나 및 욕조_출처 : 바이브랜드
이곳에는 총 8명의 세신사가 있으며 모두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입니다. 대중탕 세신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서비스 매뉴얼도 두고 따로 교육합니다. 세신사들은 오직 ‘세신’에만 집중합니다. 다른 업무는 철저히 분업했죠. 인건비가 더해진 만큼 가격대는 10~19만 원으로 다소 높습니다.
기억 속 목욕탕에 비해 확연히 고급스럽습니다. 고심해 고른 조명과 배경음악도 심신을 이완시킵니다. 고객과 세신사가 출입하는 문도 각각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프라이빗 서비스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죠. 세심함 덕분일까요. 야근한 여의도 직장인이 밤 11시에도 찾아 오고 제주, 대구 등에서도 먼 길을 옵니다. 재방문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고객 충성도가 높습니다. 처음으로 1인 세신샵에 다녀왔다는 임지원(직장인. 26세) 씨는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정도로 온몸의 피로가 풀렸다”고 웃어 보입니다.
스파헤움은 특별한 ‘고급’을 말하지 않습니다. 곽 대표는 각종 서비스 질이 상향 평준화되는 가운데 세신은 수십 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사람들이 보통 서비스업에서 받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경쟁력 있다는 설명이죠.
19만 8000원의 가치
“세신은 항상 대중의 관심 밖에 있는 사업이었어요. 만약 외식업이었다면 1인샵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이슈 될까요?”
곽 대표는 강북에서 강남까지 세신사를 따라갈 정도로 세신 마니아였습니다. 2003년 그는 어머니와 함께 4년간 사우나·목욕탕을 운영합니다. 그 덕에 많은 세신사들과 네트워크를 쌓았죠. 이후 미국에서 7~8년간 스파, 에스테틱 회사에 다녔습니다. 그는 세신 마니아이자 스파 분야 종사자로서 수십 년간 요지부동인 세신업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남았습니다. 이를 발전시켜 비즈니스로 만들 가치가 있다고 믿었죠.
고객 피부 유수분 밸런스를 측정해 맞춤형 코스를 추천한다_출처 : 바이브랜드
사실 대중탕에서도 세신에 마사지를 겸하고 목욕비까지 포함하면 5만 원은 훌쩍 뜁니다. 여기서 가격이 더 오르더라도 서비스 질이 개선되면 수요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죠. 1인 세신샵을 구상하던 중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됐습니다. 대중탕 이용이 힘들어지면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오랜 준비 끝에 2021년 12월 스파헤움이 문을 엽니다.
사업 초기 주요 타깃은 구매력이 있는 40대 이상 혹은 콤플렉스로 대중탕 이용을 꺼리는 고객이었습니다. 곽 대표는 “목욕탕을 이용하며 느낀 크고 작은 불편함이 쌓여 목욕탕에 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신체적인 특성에 따른 사람들의 시선 등에 대한 스트레스라서죠. 의외로 2030대의 호응이 높았습니다. 가격 부담에 자주 오지는 못해도 셀프 기프팅(나를 위한 선물)을 위해 종종 찾는다는 설명입니다. 가장 비싼 코스(19만 8000원)의 경우 주 1회 판매될 것을 예상했는데 많게는 하루에 6명도 이용합니다.
엄마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엄마 손에 붙들려 때 밀리며 울고 부는 장면을 떠올리면 오산입니다. 아이들의 여린 피부에 맞춰 세신 하는 만큼 아이가 먼저 가자고 말할 정도라고 하죠.
호캉스,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 등 스몰 럭셔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요즘. 오랫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곁을 지킨 목욕도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강아지 전용 목욕탕이 생겨날 정도로 목욕 문화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죠. 1인 세신샵에 대한 수요가 느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단순히 ‘씻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힐링 문화로 자리 잡을지 기대가 모아집니다.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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