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식단 넘보는 콩의 진격

플랜튜드의 비건 메뉴_출처 : 풀무원

고기 맛의 '대체육' 한 번쯤 들어보셨죠? 최근 대형 식품 기업에서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 비거니즘 열풍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이후 손 대지 않던 불고기의 탈을 쓴 콩고기 맛이 궁금해집니다. 그땐 별로였거든요.

지난 5월, 풀무원과 농심에서 각각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에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과 다이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죠.

특히 풀무원은 ESG 열풍 이전부터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등 생산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감축해온 기업입니다. 자연스레 식재료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로 작용하지만 대중은 경영 윤리보단 맛에 지갑을 엽니다. 트렌드가 되는 건 다음 스텝이죠. 2022년 가장 먼저 비건 레스토랑 문화의 첫 삽을 뜬 플랜튜드를 다녀왔습니다.

대한민국은 고기에 진심인 국가입니다. 전국한우협회 부설 한우 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4.3kg으로 2000년 이후 해마다 1.12kg씩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중 쇠고기는 1970년, 1.2kg에서 2020년 13kg으로 30년 만에 11배 증가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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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한 끼 식사로 제격인 콩고기 베이스의 덮밥_출처 : 바이브랜드

여전히 소스가 무기

‘콩고기가 맛있어졌을까?’ 플랜트 소이 불고기 덮밥을 기다리는 기자의 심정이었습니다. 예상보다 음식이 금방 나왔고 비주얼은 요즘 말로 ‘SNS각’! 절로 사진 찍기에 나섰습니다. 간장 소스가 듬뿍 뿌려진 두툼한 콩고기와 꽈리 고추, 파를 비롯한 야채 토핑을 살피니 두 눈이 건강해지는 기분입니다. 혀가 좋아해야 할 텐데요. 소갈빗살처럼 먹기 좋게 썰어진 콩고기를 입에 넣어봅니다. 인상적인 소스, 그런 맛 아시죠? 적당히 달고 짜서 밥 한 공기는 뚝딱 해치울 것 같은 감칠맛.

본능적으로 턱이 움직이며 콩고기의 식감을 파악합니다. 식감이 속이 꽉 찬 유부를 먹는 기분, 소스에 비해 아쉽습니다. 이는 비벼 먹어야 하는 이유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덮밥이겠죠. 감동 없는 식감의 콩고기의 부족함을 매콤한 꽈리고추와 보슬보슬한 잡곡밥이 보완에 나섭니다.

소스가 주는 중독성을 무시 못 합니다. 시판되는 불고기 양념보단 달콤한데 살짝 매운 꽈리고추와의 ‘단짠’ 조합은 풍부한 한 입을 선사합니다. 음미하고 싶은 간장 와인이랄까요? 콩고기가 들어가는 걸 모르고 토핑과 잘 섞어 먹었다면 대체육의 존재를 알아채긴 어려울 것 같네요. 뜯고 씹는 고기 맛에 익숙한 육식파가 아닌 이상.

주방 안에 외계인이 산다

보다 색다른 건 없을까요? 높은 열량의 국밥에 물린 직장인을 위해 말이죠. 비건 메뉴를 처음 접한다면 메뉴의 즐거움이 있어야죠. 이곳을 방문해야 먹을 수 있는 ‘두부 카츠 채소 덮밥’을 추천받았습니다.

1)고기 대신 두부가 들어간 독특한 카츠_출처 : 바이브랜드
2)트러플 오일 풍미가 일품인 감태 떡볶이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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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대신 두부가 들어간 독특한 카츠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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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 오일 풍미가 일품인 감태 떡볶이_출처 : 바이브랜드

직장인 최애 점심 메뉴 중 하나가 돈가스였기에 기대가 커졌습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비주얼만큼은 콩고기 덮밥보다 우수하더군요.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5등분의 (두부) 카츠가 먹기 좋게 브로콜리, 꽈리고추, 버섯, 얇게 썰린 양파가 잡곡밥 위에 정갈하게 담겼네요. 한 입 베어먹으니 웃음이 나옵니다. 튀김 옷 안의 내용물, 치아가 탄성을 느낄 정도로 으깨짐이 없습니다. 가정에서 프라이팬에 굽는 두부를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그야말로 ‘겉바속촉’. 맛은 시중에서 먹을 법한 돈가스와 흡사합니다. 이 메뉴 역시 소구가 큰 역할을 하네요.

양껏 먹어도 속이 더부룩할 일은 없어 보입니다. 문득 조리 방법이 궁금해집니다. 어떻게 두부를 조리하는 걸까요? 재미있는 메뉴입니다. 아무래도 이곳 주방엔 굽기에 아주 능한 외계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포르쉐도 긴장할 만한.

스며들 비거니즘

플랜튜드는 풀무원의 마크를 단 식재료를 중심으로 7개의 메인 요리와 2가지 샐러드, 3개의 사이드 메뉴와 2개의 디저트를 선보입니다. 매장은 음식을 포함 공간까지 비건입니다. 비건 표준 인증원으로부터 1차 원료와 식자재, 주방 설비, 매장에 쓰인 페인트까지 친환경 인증을 받았거든요. 거저 얻은 결과는 아닙니다.

플랜튜드는 ‘카페라테’를 들고 주방 출입이 불가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우유는 동물성이니까요. 물론 손님에겐 예외입니다. 기업은 영리합니다. 그런데도 식당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요? 풀무원 관계자는 “바른 먹거리로 사람과 지구 사이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의 경영 철학의 일환 중 하나”라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 확대와 환경을 생각한 외식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려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코엑스인 점도 한몫하죠.

플랜튜드 매장_출처 : 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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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튜드 매장_출처 : 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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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환경 인증을 받은 내부 전경_출처 : 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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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를 즐기는 직장인들_출처 : 바이브랜드

메뉴의 가격은 1만 원대로 코엑스 내에선 비교적 준수한 수준이고요. 비건 코스요리로 운영되는 농심의 ‘포리스트 키친’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MZ세대에겐 환영할 포인트죠. 참고로 포리스트 키친의 런치 가격은 5만 5000원입니다(100% 예약제).

덧붙여 풀무원은 플랜튜드를 통해 대한민국의 비건 문화를 단숨에 바꾸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건강한 식단을 즐기거나 관심 있는 이들이 방문해 좋은 한 끼를 먹는 것. 물리적인 장벽보다 마음속 장벽을 없애는 작업이 먼저인 셈이죠. 건강하고 긍정적인 취지가 다분합니다. 다만 대체육은 파급력이 큰 콘텐츠가 아닙니다. 비건에 대한 인식 전환이 큰 과제죠.

입맛 상생을 위한 대인배적 마인드

“국내에 대체육(콩고기)이 소개된 지 3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새롭지 않을뿐더러 본디 육류는 감칠맛과 식감으로 섭취하는 건데 대체육은 따라오기 어렵죠. 몇 해 전부터 대체육 관련한 국내외 스타트업이 늘고 있지만 성공적인 비즈니스는 없습니다. 유행을 일으켜도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물론 ESG 상황에 맞게 유행이 될 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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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외식 문화 확산을 위한 비건 레스토랑_출처 : 풀무원

국내 1호 식육마케터 김태경 교수는 대체육이 국내 레스토랑 산업에 끼칠 신선도는 높진 않지만 흥행 요소만큼은 갖췄다고 합니다. 이어 “대체육을 소비하는 이들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소비자에겐 또 다른 고기(대체재)가 늘어납니다. 비건을 먹는 게 일상의 해방인 사람과 고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육식파와의 간극을 좁혀가는 거죠.” 다름을 인정하는 시각이군요. 또렷한 예가 필요해 보입니다.

“에르메스 백을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가방을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장인들의 시간과 정성을 아니까요. 한우 역시 그렇습니다. 한국인은 여전히 생고기를 즐깁니다. 비건의 중요성도 중요하지만 아울러 축산 시장에 대한 이해 역시 동반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며 기존 생고기 문화와의 양립을 강조했습니다.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말 2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건 식당은 전국 기준으로 약 400개로 추정됩니다. 무엇보다 파급력 있는 풀무원과 농심 같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플랜튜드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입니다. MZ세대가 타깃인 만큼 계절과 상황을 고려한 메뉴 레벨업도 유연하게 진행돼야 하겠죠. 매출액 상승에 앞서 비거니즘의 저변 확대, 나무가 아닌 숲을 그리는 게 플랜튜드의 몫이니까요.

유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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