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BF 생활

발길이 닿는 곳마다 빨간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지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해외도 다르지 않을 텐데요, 특히 미국은 다음 해 1월 슈퍼볼(Super Bowl)까지 이어지는 ‘홀리데이 시즌’ 맞이에 한창일 겁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블랙은 재난?

1년 중 가장 큰 폭의 할인 행사가 진행되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다음 날입니다. 그런데 왜 ‘검은색’일까요?

‘모든 빛을 흡수하는 색’인 검정은 여러 문화권에서 암흑·두려움·공포·죽음 등 어둡고 부정적인 것들을 상징합니다. 병원에서도 긍정적인 색은 아닌데요, 미국 드라마 제목으로도 유명한 ‘코드 블랙’이 좋은 예시입니다. 감당 못할 정도의 많은 환자들이 응급실에 들이닥쳤을 때를 뜻하거든요. 의료진 입장에선 재난 같은 상황이죠.

출처 : Gettyimages Bank, Sut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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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etty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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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utori.com

블랙 프라이데이의 유래도 이와 비슷합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역사가들은 블랙 프라이데이의 시작을 196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찾습니다. 필라델피아 지역 경찰들이 사용하던 일종의 ‘은어’에서요. 추수감사절(목요일)과 美 육·해군 미식축구 경기(토요일)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필라델피아를 찾았고 이로 인해 금요일은 경찰들에게 큰 재난이나 다름없었던 셈이죠.

지역 상인들에겐 이 명칭이 종종 거부감으로 다가왔다고 전해집니다. 앞서 언급했던 검은색은 역사적으로 주로 불행한 사건을 대변하는 색깔이니까요. 1929년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주가 대폭락 사건을 의미하는 검은 화요일과 이보다 더 큰 하락률을 보였던 1987년 검은 월요일처럼요. ‘빅 프라이데이’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블랙 프라이데이는 많은 상점들의 회계 장부가 ‘적자(赤字)’에서 ‘흑자(黑字)’로 전환되는 날이기도 했거든요. 참고로 중세 유럽부터 흑자를 ‘검은 잉크’로 기록해 온 전통이 서양 문화권에선 유효하다고 하네요.

'K'만 붙이면 다 통할까?

어도비 디지털 경제 지수(Adobe Digital Economic Index)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소비 지출은 약 89억 달러(약 12조 233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어도비는 이 수치를 ‘전년과 비슷하거나 낮은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그 배경엔 빨라진 ‘쇼핑 타임’이 있습니다. 어도비의 리드 애널리스트 비벡 판디야는 사람들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쇼핑을 미리 끝내고 관망하는 이들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온라인 세일즈는 감소했습니다. 이를 두고 어도비 디지털 인사이트 디렉터 테일러 슈라이너는 블랙 프라이데이 3일 후 찾아오는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가 사이버 먼스(Cyber Month)로 바뀌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로 미루어보면 1년 중 단 하루라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상징성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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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블랙 프라이데이를 표방한 쇼핑 축제가 있습니다. 바로 코리아세일페스타. 중동호흡기 증후군 메르스가 한국을 휩쓸던 2015년 내수 시장 침체에 따른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기획한 행사입니다. 당시 국내 한 일간지는 ‘반쪽 세일’에 불과하다고 평할 만큼 시작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의 특수성에 기반한 이벤트이니 국내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긴 힘들었을 테죠.

코세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소비성향 테스트_출처 : 코리아세일페스타

국내의 경우 유통 업체가 제조 업체로부터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상품만 구매하기에 애초에 ‘땡처리’를 위한 물건이 있기 힘든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만큼 큰 폭의 할인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죠. 그나마 2019년부터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업계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할인 행사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달라진 환경, 전략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知彼知己면 We are happy

병법서의 고전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적보다 우위를 점하는 요소가 많다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요. 연말 대목을 맞아 ‘검은 전쟁’에 참전하기로 결정했다면 경쟁자들의 수도 미리 알아두면 좋겠죠.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업체 ‘아드리엘’이 28개 업종의 광고 캠페인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블랙 프라이데이 전후로 광고에 투입된 비용은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기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업계에선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블랙 프라이데이의 파급력이 덜하다고 판단한 까닭이겠죠.

예산을 따로 편성할 만큼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무겁지 않게 그러나 너무 가볍지도 않게 적절한 완급 조절이 필요합니다. 명절 때처럼 약 3주 전쯤 미리 광고를 늘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기서 3주는 배송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한 겁니다. 만약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마지막 7일’을 강조하며, 할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어필할 수도 있습니다. 막판 스퍼트를 올려보는 겁니다.

예산과 시기를 정했다면 그다음은 구체적인 전략입니다. 매체 광고를 진행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요. 노출 목표와 클릭 목표 그리고 전환 목표 광고가 있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관련해선 전환 목표 광고에 주목하면 됩니다. 단기간에 상품 구매를 유도해야 하니까요. 이러한 광고의 유형은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광고를 노출하거나 잠재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소통(전화)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출처 : 코닥, 젝시믹스, 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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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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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젝시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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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폴더

알맞은 장소도 골라야겠죠. 전환 목표에 유리한 플랫폼 선정에서 고려할 점은 ‘캐릭터’입니다. 구글 전환 스크립트, 메타의 픽셀, 카카오의 픽셀 등 대다수의 채널은 전환 광고에 최적화된 머신 러닝 기술을 갖추고 있어 기술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거든요. 어떤 성격인지만 잘 파악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간략하게 다섯 곳을 살펴보자면 이렇습니다. 국내외 유저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텍스트·이미지·동영상에 제한이 없어 정보 전달력이 높습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상세 정보를 강조할 때 유용하죠. 주로 패션, 테크,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많이 찾는 광고 플랫폼입니다.

2030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인스타그램은 시각적으로 뛰어난 이미지와 영상이 주를 이룹니다. 콘텐츠는 대체로 재미 위주로 구성이 짧고 전개가 빠릅니다.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기도 하고요. 패션과 테크 업종에서 페이스북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광고를 많이 병행하는 이유죠.

구글 디스플레이의 특징은 노출 범위입니다. 전 세계 인터넷 유저의 90%에게 도달 가능한 곳으로 높은 노출과 클릭을 기대할 수 있죠. 주로 F&B와 건강 그리고 교육 관련 업체들이 선호합니다. 구글 검색의 경우 특정 목적에 기반한 키워드 검색을 거쳐 유입된 유저를 대상으로 하기에 높은 전환율이 보장됩니다. 전문 서비스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그리고 금융의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카카오는 2040 여성 유저가 밀집되어 패션과 뷰티에 대한 광고가 활발히 진행됩니다.

A whole new black

적절한 전략과 매체를 선택했다면 이젠 속을 채우면 됩니다. 아드리엘은 특정 문구가 강조될 때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를테면 ‘1년에 단 한 번’, ‘파격 세일’, ‘전 상품 할인’과 같은 핵심 메시지 같은 것들이요. 블랙 프라이데이는 1년 중 가장 할인율이 높은 행사로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조금 더 차별화를 원한다면 할인율 외에 블랙 프라이데이 한정 패키지를 구성하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럭키 박스를 통해 가격 인하뿐만 아니라 한정 수량, 행운의 아이템 등을 내세워 희소성과 재미를 강조하는 거죠. 물론 블랙 프라이데이를 상징하는 검은색과 높은 할인율이 돋보이는 디자인도 필요하겠죠.

Black Friday sale with percent in black glossy balloon minimal on white background, minimalist poster, 3d rendering

그 의미와 상징이 옅어졌을지라도 블랙 프라이데이는 여전히 1년 중 단 하루, 지름신이 강림하는 날입니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다가가는 광고로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검은 금요일. 장부에 검은색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자료 제공 : 아드리엘

이순민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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