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쓰레기 없애려면 '다회용품' 이 답이다?
2018년 8월부터 시행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는 무용지물로 돌아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환경부가 2020년 2월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해서죠. 규제 시행 이후 줄어들었던 플라스틱 사용량은 다시 늘어났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매장에서 수거된 2019년 일회용컵 월평균 수거량은 53톤(t)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진 2020년 3월부터 다시 수거량이 늘더니 5월, 6월에는 각각 61t으로 증가했습니다.
컵도 공유가 되나요? 일회용 줄이기 위한 노력
대학 캠퍼스 내에서 이용하는 다회용 공유컵 '서울오래컵'_출처 : 동아닷컴/출처 : 푸른컵
대학 캠퍼스 내에서 이용하는 다회용 공유컵 '서울오래컵'_출처 : 동아닷컴
출처 : 푸른컵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 기업이 꺼내든 카드는 ‘다회용 공유컵 서비스’입니다. 일회용이 아니라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컵을 쓰고 반납하는 방식이죠. 강북구는 7월 서울지역 최초로 공공청사에 다회용 공유컵 회수함을 설치했습니다. 인근 카페에서 음료를 구매하면 다회용 컵에 담아주고, 사용한 컵은 구와 협력을 맺은 사회적 기업이 소독해 해당 매장에 돌려줍니다. 전주시 또한 9월부터 전북대학교 교내와 인근에 위치한 카페 16곳과 함께 다회용 공유컵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받고 텀블러를 대여해주는 방식도 각광받습니다. 텀블러 공유 친환경 스타트업 ‘푸른컵’은 7월부터 제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텀블러 대여 사업을 시행합니다. 제주 지역 내 숙박업소, 식당, 카페와 제휴를 맺어 해당 가게에 푸른컵 텀블러를 들고 가면 음료를 할인 받는 식입니다. 텀블러를 처음 대여할 때 1만 5000원의 보증금을 내고, 여행을 마치고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습니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기에 다회용 컵 공유가 행여나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지가 될까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척 및 소독을 엄격히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카페 외에 일반 음식점들은 여전히 다회용기로 음식물을 제공합니다.
‘용기’내서 ‘용기’를 들어요
소비자들도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갑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2020년 4월 배우 류준열과 함께 진행한 ‘용기내 챌린지’가 대표적입니다.
용기내 챌린지는 음식이나 식재료 등을 구입할 때, 에코백 및 다회용기로 포장하는 캠페인입니다. 무언가를 담는 용기(容器)와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용기(勇氣)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초밥 마라탕 등 외식 메뉴를 개인 스테인리스 그릇 등에 직접 담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사소하게는 커피를 텀블러에 포장하거나 장보고 에코백에 담아가는 것도 용기내 챌린지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일회용품의 간편함은 누구나 알지만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늘어갑니다.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의 앞글자를 딴 ‘제비족’이 MZ세대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떠올랐는데요. MZ세대가 활발히 이용하는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 ‘#용기내챌린지’를 검색하면 1만 2000여 건의 게시글을 볼 수 있습니다.
무늬만 친환경? 그린워싱의 위협
하지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오히려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스타벅스가 진행한 ‘리유저블(다회용)컵 데이’는 이런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해당 행사는 하루동안 매장에서 제조 음료를 주문하면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내는 행사였습니다. 일회용 제품 사용 절감을 장려하는 취지로 진행됐죠.
다회용 컵이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이 되려면 사용횟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캐나다의 환경보호·재활용 단체 CIRAIG의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텀블러는 50회 이상 사용해야 유의미합니다. 스타벅스는 자사에서 판매하거나 증정하는 다회용 컵의 권장 사용 횟수가 20회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한정 컵이 소비자들의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늘렸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여러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시즌마다 출시하는 다회용 컵을 모으는 소비자층은 두텁습니다. 집에 각종 행사 등으로 받아온 다회용 컵이 여럿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차라리 직접 텀블러 등을 가져왔을 때 할인해주는 행사가 보다 친환경적이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죠.
플라스틱 사용량이 문제가 되면서 2022년 6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다시 부활합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붙여 음료를 판 뒤 다 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2002년 실시된 적이 있는데 당시 컵 회수율을 5년 만에 36.7%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08년 폐지됐습니다. 소비자에게 보증금을 부과하는 게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미환불 보증금의 사용용도가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였죠. 14년 만에 부활하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과연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자리잡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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