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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캡슐 커피는 지금

올 어바웃 캡슐 커피

1 크레마라테

출처 : Nespresso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캡슐 커피를 소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이었습니다. 머신만 있다면 버튼 하나로 고품질의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진공 포장된 캡슐 커피는 원두와 다르게 보관도 쉽죠. 국내 대형 마트에서 캡슐 커피의 매출이 원두커피를 추월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 깊숙이 스며든 캡슐 커피의 향, 언제부터였을까요?

대중화 쏘아올린 네슬레의 유산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캡슐 커피(오리지널 캡슐)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 캡슐 커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점이나 다름없던 곳에 다양성이 싹을 틔우자 소비자의 관심도 늘어났죠. 비대면이 일상화된 팬데믹을 맞이하면서 캡슐 커피에 대한 수요는 더 증가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는 2020년 캡슐 커피의 규모를 1980억 원으로 평가한 바 있는데요, 이는 2018년과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입니다. 규모는 변했지만 시장을 주름잡는 플레이어는 그대로입니다. 네슬레의 네스프레소가 그 주인공.

출처 : Nespresso

최근 1년간 소비한 캡슐 커피 브랜드를 묻는 한국소비자원의 질문에 응답자의 58%는 네스프레소로 대답했습니다. 여기에 네스카페 돌체구스토(17.2%)와 스타벅스 앳홈(8%)까지 더하면 네슬레가 판매하는 제품의 점유율은 80%가 넘는 겁니다. 원조 브랜드가 일반 명사로 받아들여지면서 경쟁 우위를 선점한 것이 아닐까요? 많은 브랜드에서 트렌치코트를 만들지만 버버리의 그것을 최고로 여기는 것처럼요. 네스프레소부터 만나보시죠.

1986년 네슬레는 1인용 캡슐 커피와 머신을 선보이며 네스프레소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네스프레소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프리미엄 커피를 즐기는 것. 그렇다면 무엇보다 쉽고 편해야겠죠? 캡슐 커피는 ‘가공·블렌딩·로스팅 과정을 거친 원두를 분쇄해 탬핑하여 진공 포장한 형태의 커피’입니다. 네스프레소 오리지널 캡슐을 예로 들면 바스켓에 원두커피가 들어가는데 그 위아래로 필터가 씝니다. 뚜껑도 덮혀지고요. 머신 안에서 캡슐 하단으로 물이 들어가 커피가 나오는 구조입니다.

오리지널 머신(좌), 버츄오 머신(우)_출처 : Nespresso

2-3. 그랑라티시마

밀크 시스템이 추가된 오리지널 머신 그랑 라티시마_출처 : Nespresso

1-2 더블 초콜릿 아인슈페너

버츄오 머신_출처 : Nespresso

네스프레소는 로스팅이 완성된 후부터 그라인딩 된 커피가 알루미늄 캡슐에 담기기까지 전 과정에서 철저하게 산소를 차단합니다. 이를 통해 신선함과 아로마를 보존하죠. 캡슐은 ‘오리지널’과 ‘버츄오’로 나뉩니다. 그래서 커피 머신도 두 가지. 다른 브랜드 제품과 호환이 가능한 오리지널 머신은 전통적인 에스프레소 고압 추출 방식으로 작동됩니다. 우유도 섞을 수 있는 원터치 밀크 레시피 머신에선 카푸치노, 라테, 마키아토 등 보다 다채로운 커피 신(Scene)이 연출됩니다.

2018년 국내에 출시된 버츄오 머신은 네스프레소의 새로운 커피 시스템으로 회전 추출에 기반합니다. 분당 회전수 최대 7000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회전할 때 캡슐 안에 원심력이 발생하면서 배출 구멍으로 커피가 나오는 거죠. 또한 버츄오 머신은 캡슐의 바코드를 읽고 추출 시간, 속도, 온도를 고려해 커피를 만들어냅니다. 크레마가 풍성하고 보디감이 깊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입니다. 에스프레소(40ml)를 비롯해 더블 에스프레소(80ml), 그랑 룽고(150ml), 머그(230ml) 등 다양한 사이즈로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오리지널과의 차이점입니다.

빅 브랜드의 달라진 전략

네스프레소가 원조로서 특허에 기반한 독점적 기술만 내세운 건 아닙니다. 네스프레소 CEO를 역임했던 게르하르트 베르센브뤼거(Gerhard Berssenbrügge)는 사람들이 네스프레소를 ‘단순히 기능적 이점 아니라 애정으로 선택하길 바랬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네스프레소 역시 브랜드 가치에 주목한 거겠죠. 그 시작은 네스프레소 클럽(1989년). 배타적인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멤버십이었죠. 11년 뒤, 네스프레소는 파리에 첫 번째 부티크(2000년)도 오픈했습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부티크_출처 : Nespresso

현대백화점 판교점 부티크, 버츄오 넥스트_출처 : Nespr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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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판교점 부티크_출처 : Nespresso

2 버츄오 넥스트

출처 : Nespresso

일상적인 음료 중 하나인 커피에 프리미엄을 입혀 이전과 다른 체험을 전하는 것. 브랜드가 소비자가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첫걸음 아닐까요. 네스프레소는 현재 전 세계 81개국, 515개 도시에서 800개가 넘는 부티크를 운영 중입니다. 국내엔 22곳이 있습니다.

최근 리뉴얼을 거친 네스프레소 부티크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국내 최대 규모 매장으로 진화했는데요, 이곳은 ‘인게이지(Engage), ‘익스플로어(Explore),’ ‘인볼브(Involve)’ 등 세 개의 구역을 통해 연속적인 체험을 전합니다. 먼저 인게이지 존에서 풍미를 경험하고 커피 취향을 알아본 다음, 익스플로어 존으로 이동해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택하는 거죠. 커피 아로마를 확인하고 머신도 사용하면서요. 마지막으로 인볼브 존에선 커피를 사이에 두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이들끼리 친밀함을 다집니다. 한 대뿐이던 커피 머신이 세 대가 되는 데 이곳의 공(?)이 컸습니다.

시간보다 중요한 건 심도

19세기 후반 처음 소개되어 특정 계층에게만 허락됐던 커피가 우리나라에서 널리 퍼지게 된 건 1970년대 후반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동서식품이 커피 믹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때가 1976년이니까요. 커피가 본격적으로 일상 속으로 녹아들기 시작한 겁니다. 1978년엔 커피 자판기도 등장했고요.

출처 : Nespresso

2-2 버츄오 넥스트

출처 : Nespresso

1 버츄오 플러스

출처 : Nespresso

피에르 에르메 에디션

11월 출시되는 피에르 에르메 한정판 커피_출처 : Nespresso

탄산음료만큼 설탕이 들어가는 커피 믹스보다 아메리카노가 건강에 좋다고 할 순 없지만 죄책감은 덜합니다. 무엇보다 주문과 픽업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손님 대접하기도 좋죠. 게다가 인테리어 오브제 역할도 꽤 합니다. 커피 머신이 종종 등장했던 '스카이 캐슬'과 '펜트하우스'의 애청자였다면 동의할 겁니다. 네스프레소가 전문적인 홈 카페를 연출하는 여러 액세서리에도 소홀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바리스타·픽시·누드·루메·뷰 등 여러 컬렉션으로 나오는 컵부터 우유 거품기 에어로치노와 20개 이상의 메뉴를 더해주는 바리스타 레시피 메이커까지. 캡슐을 한곳에 모아 뽐내기 좋은 뷰 버실로·뷰 큐브·뷰 봉보니에르·퓨어 락 디스펜서도 있습니다.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문화를 선도하는 것. 원조에 빠지면 헤어날 순 없지만 하늘 아래 영원한 일인자도 없습니다. 역사적인 흐름을 볼 때 말이죠.

딸기 향으로 취향저격, 달라진 캡슐 신

네스프레소의 위상은 공고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생두를 볶아 납품하는 다수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캡슐 커피 생산량을 늘리며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이식한 퍼스트 무버를 중심으로 고급 원두를 활용한 캡슐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스페셜티커피캡슐세트

국내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캡슐 커피 세트_출처 : 바이브랜드

커피 옥션에서 고가에 낙찰되는 원두 중 하나인 ‘파나마 게이샤’를 캡슐에 담아낸 업체가 등장할 정도니까요. 특수 가공 커피 원두에 일가견이 있는 나무사이로는 최근 ‘스트로베리 캡슐’을 제작했는데요. 업계에서 유행 중인 무산소 발효공법 원두를 담아낸 이색 캡슐로 가공 과정에서 딸기 향이 더해진 특별함이 눈에 띕니다. 향미 구현이 까다로워 매장 수요가 컸던 이색 메뉴로 마니아층을 겨냥한 전략 상품으로 해석됩니다.

리브레캡슐세트

커피 리브레 영등포점에 진열된 캡슐 커피 패키지_출처 : 바이브랜드

프릳츠 캡슐세트

프릳츠 도화점에 진열된 캡슐 커피 패키지_출처 : 바이브랜드

커피 리브레와 프릳츠 캡슐 커피 패키지_출처 : 바이브랜드

지난 10여 년 간 스페셜티 커피 신(Scene)이 캡슐 커피를 주저한 까닭은 캡슐 커피의 향미가 커피 전문점의 퀄리티를 따라잡기 힘들었기 때문인데요. ‘캡슐은 캡슐이고 카페는 카페더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커피 전문점에서 마시면 한 잔에 만 원을 훌쩍 넘는 최고가 원두를 캡슐 커피로 즐기는 건 여전히 낯선 광경이니까요

최근 캡슐 커피 제작에 나선 김병기 프릳츠커피컴퍼니 대표는 “국내 제작 업체와의 협조로 캡슐 생산성과 품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라고 말합니다. 제작자가 원하는 품질에 도달하기 수월해졌다고 전하는데요. 덧붙여 “캡슐 커피는 편리성과 품질이 만나는 접점이다”라며 스페셜티 커피 캡슐의 시장가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앱 활용한 디테일 레시피

캡슐 커피의 저변 확대는 머신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스마트폰만 매년 신제품을 선보이는 게 아닙니다. 업계 전문가도 극찬할 하이엔드 머신이 등장했거든요. 무더위가 한 풀 꺾이던 지난 여름, 후암동 엘카페에서 시음회가 열렸습니다. 주제는 한국 스페셜티 캡슐 커피에 대한 향미 평가.

8월 한국 스페셜티 커피 캡슐 시음회 현장_출처 : @oz_barista

현장은 커피의 맛과 향을 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으로 열띤 분위기였죠. 그러나 이날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싱가포르 PPP 커피에서 개발한 모닝 캡슐 커피 머신. 정식 국내 수입이 시작된 지 한 달 남짓한 신형 기기로 무려 89만 원에 달하죠.

시음회에 참여한 심재범 커피 컬럼니스트는 ‘압력-온도 조절 기능이 매력적이며 원두 본연의 향미를 발현시킬 레시피와 만날 때 엄청난 임팩트를 전한다’는 평가를 덧붙이더군요.

모닝 캡슐 커피 머신_출처 : MCP Corp.

모닝(Morning)은 싱가포르에서 왔습니다. 현지 1세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PPP커피의 레온 푸(Leon Foo) 대표가 'Akronym'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하이엔드 캡슐 커피 머신을 생산했죠. 김홍석 MCP Corp.(모닝 공식 수입사) 대표는 커피 향미를 캡슐에 온전히 담기 위해 제작된 기기라 설명합니다.

“모닝은 세계 최초 스페셜티 캡슐 커피 머신입니다. 핵심 기능은 추출 압력의 미세 조절인데요. 캡슐 메이커가 의도한 향미를 정밀 구현하는 원동력입니다. 향미 구현의 변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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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설치 후 블루투스 연결하면 가능한 원격 추출_출처 : MCP Corp.

모닝의 흥미로운 점은 IoT 기능을 활용한 원격 정밀 추출입니다. 머신에 캡슐을 넣은 뒤 앱을 작동하면 브랜드 측에서 제공한 레시피가 제공되며 원하는 세팅 값을 따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커피 리브레의 ‘노 서프라이즈’ 캡슐을 시음해 봤습니다. 파트너사의 이름이 잔뜩 적힌 앱 화면을 스크롤 하니 커피 리브레가 뜹니다. 캡슐 별 레시피가 일목요연하게 화면 위로 구현되네요. 엄지손가락을 들어 레시피 버튼을 누르니 원터치로 추출이 시작됩니다.

매장에서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 맛을 회고해 보면 산뜻한 산미와 과일에서 느낄법한 단맛이 강조된 커피입니다. 전용 캡슐 레시피 설정값에 맞춰 추출한 경우, 커피 리브레 바리스타가 추출했던 맛을 90% 이상 재현한 기분이 들더군요. 커피가 선사하는 경험은 개인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획일화 된 열기로 추출하는 여타 제품은 흉내내기 어려운 깊은 맛은 존재했습니다.

돌고 돌아 편의성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커피 머신을 사무실로 며칠간 대여했습니다. 동료들과 50여 개의 캡슐 커피를 소비하며 동일 브랜드 제품 비교 시음에 나섰는데요. 추출 설정은 ‘에스프레소 레시피’와 ‘브랜드 제공 레시피’로 고정시켰습니다.

모닝 캡슐 커피 머신_출처 : 바이브랜드

8명의 팀원이 비교 시음에 나선 결과, 레시피 별 향미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는 응답이 75%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산미가 두드러진 캡슐 커피는 브랜드 제공 레시피를 맛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87.5%이었죠. 평소 커피를 즐기는 이가 아니라도 모닝의 미묘한 레시피 차이를 느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캡슐 커피 머신 평균가(10~20만 원대)를 감안하면 선뜻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닙니다. 정가 89만 원이라면 반자동 커피 머신과 경쟁하는 가격대죠. 김홍석 대표에게 하이엔드 캡슐 커피 머신의 시장가치를 물으니 ‘홈 카페 시장의 고급화’가 핵심이라 응답하네요. 고급 홈 카페 장비는 정밀 계량과 섬세한 레시피 구현이 주목표라고 강조합니다. 원두 향미를 극대화한 캡슐을 자동화 기기로 간편하게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 신수요를 창출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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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단위로 정밀 표기되는 물 온도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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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마다 다른 추출 압력 도표와 추출 과정의 실시간 기록_출처 : 바이브랜드

물 온도 및 추출 압력 도표와 추출 과정 실시간 기록_출처 : 바이브랜드

캡슐 잔해물은 한꺼번에 모아 버려야 합니다. 기기 내부도 수시로 살펴 깨끗이 닦아내야 하죠. 결국 캡슐 커피도 사람 손길을 타는데요. 기계가 아무리 정밀해도 인간처럼 맛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호주 바리스타 챔피언 폴 바셋은 최근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커피 추출은 사람 손길이 절실하다’라는 식의 의견을 내비쳤죠.

허나 캡슐 커피가 전하는 편익은 막강합니다. ‘캡슐을 넣는다 → 버튼을 누른다 → 추출된 커피를 마신다’처럼 번거로운 커피 추출을 쉽고 간편하게 만들었죠. 2022년 캡슐 커피는 하루를 커피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제작 이순민·김정년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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