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즘은 음료의 모든 것을 전하는 버티컬 미디어입니다. ‘마시다’에 ‘-ism(체계화된 이론이나 학설)’을 합친 이름으로 2017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방대한 자료를 ‘마시즘스럽게’ 요리해 마시기 좋게(?) 선보이는데요, 저런 문체와 기획력은 어디서 나올까 싶은 재기 발랄함 그러면서도 콘텐츠에서 깊이와 묵직함이 느껴지는 게 특징입니다. 주요 콘텐츠인 음료의 역사와 신상음료 리뷰를 넘어, 아예 세상에 없는 음료를 기획해 만들어내기까지! 음료를 향한 이들의 진심은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나갈까요.
목이 말라 들어온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고민이 길어집니다. 물이나 살까? 그러긴 왠지 아까우니 콜라? 아니 또 그러기엔 목이 마를 것 같으니 이온음료를? 길어지는 고민에 목은 더 타들어가는데 냉장고 문을 쉽게 열지 못합니다.
마시즘은 이런 상황을 ‘음료대선’으로 표현했습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의 포스터를 음료로 패러디해 ‘당신의 음료에 투표하세요’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후보는 펩시콜라, 닥터페퍼, 초록매실, 포카리, 레몬에이드. 음료 리뷰인데 묘하게 각 후보가 떠오르는 콘텐츠였죠.
동료들과 실험 삼아 콘텐츠를 올리던 때였는데, 이 콘텐츠가 대박이 났습니다. 여기저기 공유되면서 하루에 수만 명씩 몰려왔죠. 그제서야 부랴부랴 홈페이지도 만들고 페이스북도 만들며 채널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주의 한 동네서점에서 시작된 실험
마시즘을 만드는 사람들_출처 : 마시즘
마시즘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김신철 에디터는 2017년 4월 당시를 회상하며 “끌려 나온 것에 가깝다”고 표현합니다. 급작스럽게 인기를 얻긴 했지만 요행은 아닙니다. 그간 충실히 쌓아온 내공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가 아닌, 이후로 쭉 롱런하고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탄탄한 내공 뒤에는 강준만 교수가 있습니다. 마시즘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에서 강 교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로 인터넷 매체를 창간해 운영해본 경험이 바탕이 됐습니다. 전상민 디렉터를 주축으로 후배들이 모여 실험적인 미디어를 만들고자 논의 끝에 탄생한 게 바로 마시즘입니다.
전주도 떼어놓을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서울로 향할 때, 마시즘은 지역에 남겠다 결정했습니다.
북스포즈_출처 : 마시즘
콘텐츠로 소통하는데 지역은 큰 상관이 없으니까요. 지역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성과를 낸다면 그것만으로 또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전 디렉터 등 초창기 멤버들은 전북대학교 앞에 ‘북스포즈(Books Pause)’란 독립서점을 내고 마시즘의 사무실로 삼았습니다. 로컬 커뮤니티를 만들어 북스포즈가 찾아오는 이들의 지혜의 숲이자 온전한 휴식처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죠.
이들에겐 책방 역시 하나의 미디어였습니다. 큐레이션을 통해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니까요. 한권 한권 신중히 살피며 서가를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김신철 에디터는 “마시즘 특유의 문체가 서점 책을 고르며 만들어졌다”고 말합니다. 마시즘 미션의 오프라인화가 북스포즈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시즘에 집중하기 위해 아쉽게도 현재는 잠시 서점 운영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음료로 할 얘기가 그렇게 많아?
출처 : 마시즘
수많은 아이템 중 왜 음료일까. 이유는 단순합니다. “좋아하니까.” 멤버 모두가 ‘음료 덕후’라는 게 컸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커피나 와인 관련해선 찾아보고 공부하곤 하지만 편의점에서 파는 음료는 그렇게 접근하지 않으니까요. 매일 마시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하지만 그 뒤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는 걸 알기에 발굴하기로 널리 알리기로 한 거죠.
마시즘은 음료를 주인공 삼아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전지적 음료시점’으로 콘텐츠를 만듭니다. ‘음료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얼마나 되겠어’하겠지만, 음료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화수분처럼 새로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작성된 글은 610여 건, 영상은 약 230편에 이릅니다. 그동안 다룬 음료는 1200개에 달하고요. 특히 ‘한국 음료의 역사’ 시리즈는 처음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켜준 콘텐츠입니다.
출처 : 마시즘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경쟁사’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캪틴큐에 대한 역사’ ‘박카스 역사가 곧 한국노동의 역사다?’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음료들의 역사를 다루었습니다. 익숙한 소재다 보니 댓글엔 항상 해당 음료에 얽힌 사연들이 줄을 잇습니다. 몰랐던 얘길 알게 돼 흥미롭다는 반응과, 마시즘의 맛깔나는 필력에 대한 칭찬도요. 이렇게 모인 글들은 <마시는 즐거움>이란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영상 콘텐츠는 좀 더 실험적입니다. 구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말그대로 진짜 ‘실험’을 합니다. 가장 조회수 높은 콘텐츠는 ‘1분 만에 바나나맛 우유 만드는 법’입니다. 바나나 없이 달걀로 원래 빙그레바나나맛 우유의 맛을 구현하는 레시피를 소개하는데 조회수 242만회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고요. 또, 마시즘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음료도 꾸준히 창조하고 있습니다. ‘갈아만든 투썸플레이스 쉐이크’ ‘라면으로 만든 티백 차’ ‘동치미 스파클링’ 등 이름만 들어선 상상되지 않는 맛의 음료들이 끝없이 마시즘에서 출시되고 있습니다.
2017년 4월
마시즘 시작
2018년
코카콜라와 협업
2019년 5월
<마시는 즐거움> 출간
2020년 6월
음료학교 시작 (w. 롯데칠성)
2021년 10월
자체 기획 음료 '미치동' 출시
마시즘 시작
코카콜라와 협업
<마시는 즐거움> 출간
음료학교 시작
(w. 롯데칠성)
자체 기획 음료
‘미치동’ 출시
틀 깨고 세상에 없는 맛 만들기에 도전
음료학교 1기 제품 아이디어_출처 : 마시즘
마시즘 실험은 유튜브 실험실 내에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실제 출시돼 대중과 만나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이 직접 원하는 음료를 제안하고 실제로 출시하는 ‘음료학교’를 롯데칠성과 함께 기획해 운영 중이죠. ‘세상에 보다 다양한 음료를 선보여야 한다’는 목표로 손을 잡았습니다.
처음 나온 음료는 ‘꺄늉’입니다. 숭늉 음료를 만들고 싶다는 대학생팀의 아이디어가 ‘흑미숭늉차 까늉’이 되고 음료학교에서 우승하면서 소비자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출시 5개월 만에 매출 10억원을 기록했죠.
두번째 음료는 마시즘이 직접 기획한 ‘미치동’입니다. ‘동치미로 음료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직접 ‘동치미 스파클링’ 음료를 제작하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구독자들은 “이거 언제 나오냐”는 반응을 보였죠. 그렇게 기존에 없던 맛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출처 : 마시즘
“시작할 때부터 음료에 대한 틀을 깨고 확장시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미치동 기획은 좋은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 에디터의 말처럼 마시즘이 만들어 내는 것들은, 콘텐츠든 음료든 무엇이라도 모두 한계를 깨뜨립니다. 그래서 재미있고, 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생각(을 넘어 행동까지)을 하게 하고요. 미치동 출시 이후 미치동으로 동치미를 담그는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마시즘의 실행력과 팬들의 반응이 모여 마시즘의 콘텐츠, 나아가 세계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미디어, 나아가 플랫폼으로
마시즘은 한국 최고의 음료 미디어입니다. 유일무이한 존재죠. 버티컬미디어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 미디어를 꿈꿨다고 합니다. 서울로 가지 않고도 전주에 남아 ‘작지만 의미 있는 미디어’ 그리고 ‘지역에서 글로벌로 가는 미디어’가 되기로 한 겁니다.
코카콜라가 협업 하자고 먼저 제안한 걸 보면 그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료에 집중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다 보니 여러 업체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마시즘을 가장 처음 알아본 기업이 코카콜라라고 합니다. 현재 코카콜라 저니(디지털 매거진)의 유일한 외부 에디터로 활동 중입니다.
미디어로 시작해 커뮤니티 또는 플랫폼이 되길 꿈꾸는 마시즘. 그들의 실험정신과 독창력에 마시즘을 독특하다고 바라보는 이들이 많지만, 마시즘은 그것을 넘어 마시는 즐거움을 함께 하는 곳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합니다.
앞으로 그들은 어떤 새로움으로 우리를 즐겁게 할까요?
박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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