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전기차로 돌아온 회장님 차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_출처: 현대자동차
2021년 11월, 현대자동차가 토크 콘서트에서 공개한 차량 한 대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양산 계획이 없다는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출시해달라는 반응이 잇따랐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그랜저의 탄생 3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콘셉트카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입니다. 고급 세단의 대명사였던 그랜저를 전기 자동차로 리뉴얼한 버전이죠.
현대차가 1986년 모델에 시동을 건 이유
‘헤리티지 시리즈’란 과거 오리지널 모델을 현시대에 맞춰 재해석하는 현대차의 프로젝트입니다. 사랑받았던 모델들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선보일 디자인에 필요한 영감을 얻는 것이 목표입니다.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 또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됐습니다.
1세대 그랜저는 1986년 출시 직후 현대차를 대표하는 고급 세단으로 부상했습니다. 일명 ‘회장님 차’라고 불리며 한때 국내에서 부유층의 자동차로 통했죠. 그간 6세대를 거치며 디자인과 기능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1세대 그랜저의 각진 외형은 지금도 그랜저의 가장 아이코닉한 특징으로 여겨집니다. ‘각그랜저’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죠. 이는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가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_출처: 현대자동차
전기차로 돌아온 1세대 그랜저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는 1세대 그랜저의 특징을 살린 레트로 콘셉트의 전기차입니다. 현대차 내장디자인팀이 2020년 4월부터 약 8개월간 작업했다고 하는데요, 현대차에 따르면 80년대 특유의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미래적인 요소를 가득 담아 완성했다고 합니다.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의 그릴 및 램프_출처: 현대자동차
크롬 장식이 돋보이는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의 그릴_출처: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의 테일램프_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진짜 1세대 그랜저를 사용했습니다. 외관의 경우 오리지널 모델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각진 디자인과 두꺼운 크롬이 둘러진 사각형의 그릴을 차용했고, 그릴 상단부에는 현대차의 엠블럼을 빼고 레터링 타입의 로고를 넣었습니다. 지금은 안전법상 불가능한 돌출된 후면 범퍼를 비롯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살리는 은색 무광 크롬띠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현대차는 램프, 휠, 아웃사이드 미러 등의 요소를 새롭게 디자인했습니다. 특히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는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그랜저의 레트로하면서도 신선한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서죠.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의 내부_출처: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의 내부_출처: 현대자동차
차량 내부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시트를 마감한 벨벳은 1세대 그랜저와 헤리티지를 연결하는 핵심입니다. 벨벳은 요즘 차량 내부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1세대 그랜저가 판매되던 시절에는 최고급 소재로 여겨졌습니다. 현대차는 벨벳과 패브릭을 이용한 오리지널 그랜저의 도어 트림에서 영감을 받아 가죽과 벨벳을 이용해 시트를 장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 내부에는 1세대 그랜저의 특징이었던 핸들 디자인과 기어노브도 남아있습니다. 유니크한 디자인의 싱글 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조종간을 연상케 하는 기어노브는 당시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합니다.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의 주요 디자인 키워드 중 하나는 ‘빛’입니다. 대시보드 좌우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빛줄기는 실내를 아우르죠. 천장에는 인피니티 미러를 설치해 유니크한 감각을 더했습니다. 이와 함께 간접 조명과 나무 소재로 마감된 조명 모듈의 가장자리는 고급감을 주며, 브론즈 컬러의 불빛은 레트로한 분위기를 극대화합니다.
대시보드 상단 디스플레이 및 디지털 피아노 기능_출처: 현대자동차
대시보드 상단에 위치한 디스플레이_출처: 현대자동차
대시보드 하단 디스플레이에서 지원하는 디지털 피아노 기능_출처: 현대자동차
차량 곳곳에는 첨단 기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시보드 상단에 위치한 울트라 와이드 디스플레이입니다. 운전자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행모드 선택은 물론, 음악을 듣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길게 세로로 배치된 디스플레이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메인 컨트롤러 역할을 합니다. 터치 기능이 담긴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는 멀티미디어와 주행 모드, 공조장치 등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삼익악기와의 협업으로 디스플레이에 디지털 피아노 기능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해 차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다채로운 차량 경험을 지원하기 위해서죠. 대시보드 내부는 콘서트홀과 유사한 음향 이론에 따라 설계됐습니다. 높은 영역의 소리는 탑승자에게 더 선명하게 전달되고, 저음은 보다 웅장한 사운드로 구현될 수 있도록 디자인됐습니다.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와 같이 오랫동안 쌓아온 제품 혹은 서비스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재해석해 트렌디한 이미지를 어필하는 방식을 ‘헤리티지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이미 브랜드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추억을 불러일으켜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35년 만에 시동이 걸린 1세대 그랜저에 자동차 마니아들이 환호하는 것처럼 말이죠. 현대차는 앞으로 ‘헤리티지 갤로퍼’를 추가하며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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