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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삼킨 사각 스퀘어,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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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프리즘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국내 최초’라고 말하는 여러 스타트업을 만나 봤습니다. 개중 애매한 곳들도 꽤 있었죠. 국내 최초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프리즘(PRIZM)’도 기대 반 의심 반의 눈초리로 본 이유입니다. 프리즘은 소셜미디어와 이커머스를 결합한 플랫폼으로 숏폼과 라이브 방송으로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판매는 단 2주간만 진행하죠.

지난 3월 론칭한 이후 현재까지 35만 명의 회원을 모으며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창업한지 1년도 채 안 돼 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죠. 살펴보니 프리즘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RXC는 쿠팡 창립멤버 출신으로 티몬 이사회 의장을 거친 유한익 대표가 이끌고 있었습니다. 프리즘을 ‘모바일 성수동’으로 키워내겠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손으로 내리고 일일이 찾다 보면

앱을 켜면 홈 화면의 모든 이미지가 숏폼이라는 점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패션 잡지를 연상할 만큼 감각적인데 모두 직접 제작한다고 하네요. 스크롤을 내리면 각 브랜드마다 쇼룸이 펼쳐집니다. 프리즘과 단독 제휴를 맺은 패션 브랜드 아모멘토의 쇼룸을 방문해 봤습니다. 브랜드의 가치와 제안하는 스타일을 숏폼 사이사이에 녹여 냈네요. 각 브랜드는 프리즘의 기본 문법에 따르되 자신들의 색으로 쇼룸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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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브랜드는 인터뷰, 화보, 스타일링 제안 등 각자가 원하는 대로 쇼룸을 디자인할 수 있다_출처 : 프리즘

시엔느나 오어처럼 탄탄한 팬층을 가진 브랜드와 손잡을 수 있는 배경입니다.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곳들은 고유 이미지를 지키고 싶어 합니다. 규모가 큰 플랫폼이라고 해서 함부로 입점하지 않는 이유죠. 프리즘은 이들이 오롯한 자신만의 공간에서 콘텐츠를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을 해소해 줍니다. 비주얼적인 장점과 더불어 커머스 기능을 갖춘 것이죠. 이에 먼저 손을 내미는 ‘힙스티지(폭넓은 대중성보다는 브랜드의 개성과 고유 가치를 중시하는 중고가 브랜드)’ 브랜드도 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많은 제품을 늘어놓고 판매하는 백화점이 아니라 성수동이 되고 싶다는 프리즘의 지향점이 잘 나타나 있네요.

분명 커머스 앱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야지 제품이 나옵니다. 유 대표는 이를 ‘발견형’ 쇼핑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필요한 제품만 구매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둘러보면서 취향인 브랜드와 제품을 찾아가는 것이죠. 초반에는 검색 기능도 넣지 않았을 정도라네요. 관심 있는 브랜드의 쇼룸을 팔로우하면 이를 기반으로 내가 관심 있을 제품과 브랜드, 프로모션을 추천해 줍니다. 팔로우를 많이 할수록 보다 정교해지겠죠.

쇼핑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인 만큼 이용이 불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오산. 라이브 커머스의 평균 구매 전환율은 20% 수준으로 최대 48%까지 달성했다는데요. 다른 플랫폼에 입점한 적 없는 힙스티지 브랜드의 단독 입점과 프로모션이 늘자 그들의 팬덤도 자연스레 흡수한 덕분입니다. 애초에 해당 브랜드를 애정하는 이들이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죠.

프리즘은 아직 성장 단계인 만큼 힘 있는 브랜드와 협업을 확장하면서 이용자 유입을 늘릴 계획입니다. 이후에는 차츰 작지만 경쟁력 있는 브랜드도 발굴하고 나아가 직접 만들어 가는 ‘디벨로퍼’가 되겠다고 하는데요. 프리즘에 입점을 희망한다면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는 ‘찐팬’들을 늘려가는 것이 우선이겠네요.

기술에 기획을 더하면

최근 이커머스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라이브 커머스’입니다. 관련업계는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0년 4000억 원에서 2023년 1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라이브 방송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박차를 가하는 플랫폼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팬데믹 이후 MZ세대 사이 ‘온택트(온라인 대면)’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오프라인보다 라이브 커머스로 쇼핑하는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_출처 : 프리즘,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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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MZ세대 사이 ‘온택트(온라인 대면)’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오프라인보다 라이브 커머스로 쇼핑하는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_출처 : 프리즘, 동아닷컴

프리즘의 경쟁력은 타사 대비 3배 높은 화질의 영상을 끊김 없이 라이브로 송출하는 기술력에 있습니다. 자체 스튜디오가 있어 촬영이 수월한 데다가 감각적인 영상미가 더해지죠. 타 플랫폼에서 자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던 인플루언서들도 프리즘에서 보다 멋있게 나온다면서 다시 방송을 하고 싶어 할 정도입니다.

커머스보다 미디어에 방점을 찍은 것도 한몫합니다. 보통 1시간짜리 라이브 커머스의 평균 시청 체류 시간이 1~2분 수준이라면 프리즘의 경우 10분이 넘는데요. 단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설명하는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패션 브랜드의 경우 창립자가 직접 출연해 창업 계기나 제품 매칭 스타일을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스포츠 카드’ 라이브는 추첨을 통해 카드를 제공하는 럭키 드로우와 희귀한 카드의 경우 경매 시스템을 마련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했습니다_출처 :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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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카드’ 라이브는 추첨을 통해 카드를 제공하는 럭키 드로우와 희귀한 카드의 경우 경매 시스템을 마련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했습니다_출처 : 프리즘

프리즘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단독 제휴를 맺어 BTS 멤버 RM이 구매한 것으로 유명세를 치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가장 빨리 론칭했습니다. 박물관보다도 먼저요. 콘텐츠는 역시 제품보다 브랜드에 집중했습니다. 라이브를 통해 근처에 거주하는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어냈죠.

특히 호텔업계에서 러브콜이 뜨거워 호텔 전문 라이브방송 코너 ‘체크인’을 열 정도입니다. 고도화된 영상 기술과 기획력으로 공간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끔 도우기 때문이라는데요. 최근 부산 기장에 오픈한 호텔 ‘마티에 오시리아’는 라이브 방송 직후 매출 5억 원을 달성하고 ‘세이지 우드 홍천’과 준비한 ‘골프라운딩 패키지’는 완판됐습니다.

어쩐지 닮은꼴

리테일 미디어는 해외에서는 ‘네트워크’와 ‘엔드’처럼 이미 유니콘급으로 성장한 곳이 있을 정도로 주목 받는 모델입니다. 제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에 공감할 때, 지갑을 여는 Z세대 소비 트렌드에 따라 점차 파이를 키워갈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다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기존 소셜미디어 강자들도 커머스를 결합해가는 시점에서 프리즘만의 ‘경쟁력’은 무엇일지 궁금한데요. 크리에이터나 셀럽이 자신의 채널에서 브랜드를 론칭하고 보여주는 것이 더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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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는 커머스를 결합하고 이커머스는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_출처 : 인스타그램, 유튜브, 쿠팡

이에 유 대표는 이용자들이 각 플랫폼을 사용하는 이유가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에서 쇼핑을 하더라도 브랜드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이죠. 신제품과 이벤트 소식을 알 수 있어도 브랜드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싶을 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찾는 고객은 드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단, 소셜미디어들이 커머스로 확장하는 변화는 시장에 긍정적인 순환을 가져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합니다.

올해까지는 프리즘의 정체성을 다져가는 해였다면 2023년은 본격적인 ‘확장의 해’라고 말합니다. 이듬해 셀럽과 직접 제작 단계부터 함께 기획한 브랜드를 론칭하며 오직 프리즘에만 존재하는 브랜드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인데요.

아무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만의’ 브랜드를 찾아가는 여정, 마치 이야기로 브랜드를 사게 하겠다는 바이브랜드의 지향점과도 닮아있습니다. 어떤 브랜드를 경험한다는 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과도 같으니까요.

조지윤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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