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 된 친구, 스와치는 왜?

스크래치에 강하고 내구성도 뛰어난 신소재의 문스와치_출처 : 스와치

여기 한 친구가 있습니다. 스타일도 좋고 시간까지 일러주는 시계, 스와치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하루아침에 셀럽이 됐어요. 같은 회사 식구인 오메가와 손잡고 선보인 ‘문스와치’가 리셀 시장에서 5배 이상 가격이 급등한 약 150만 원에 거래되고 있어요. 착한 가격의 스와치가 말입니다.

얼마 전 기자는 한 럭셔리 시계업계 관계자를 통해 문스와치 리셀 열풍에 대한 소회를 들었어요. 그는 “이 열풍은 조만간 잠식될 것 같습니다. 우선 제품 구동방식이 쿼츠 무브먼트(배터리)이고 무엇보다 한정판이 아니거든요. 금처럼 비싼 소재도 사용되지 않기에 수집 가치도 높지 않습니다. 오메가 역시 긴 시간 ‘영화 007시리즈’, ‘스누피 에디션’ 을 비롯해 매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여 수집 매력이 높은 브랜드도 아니고요. 게다가 스와치와의 협업이 기존 마니아에겐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시계 거래 플랫폼에선 문스와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2022년, 가장 핫한 상품을 출시한 스와치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죠.

따라올 수 없는 헤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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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완공된 스위스에 자리한 세계 최대 목조 건물 중 하나인 스와치 & 오메가 캠퍼스_출처: 스와치

지난 3월 26일, 스와치는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오메가와 협업한 ‘문스와치(MoonSwatch)’ 컬렉션을 출시했습니다. 오메가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스피드마스터 문워치(약 600~700만 원선으로 인류가 달에서 착용한 최초의 시계 라인)’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출시 전부터 화제였죠. 대중의 관심은 3월 초부터 두텁게 쌓였고 오픈 날 폭발했습니다. 이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 매장에 수많은 소비자가 몰렸거든요. 초기 공급이 적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많게는 5배 이상의 웃 돈을 줘야 구하는 판국에 놓였습니다.

이번 문스와치 사태에 대해 ‘스와치마저 리셀가로 사야하나?’라는 볼맨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빗발치고 있답니다. 어제까지 허울없이 지내던 친구가 하루 아침에 셀럽이 되어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 그렇다고 브랜드를 미워하기엔 유구한 역사와 많은 이의 삶을 풍요롭게 한 실용성과 예술성이 가미된 제품 라인이 마음 한 켠에 남습니다.

수많은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서울 명동의 스위치 매장, 빈티지한 매력이 엿보이는 초창기 스와치 제품_출처: 스와치

스와치 명동 플래그쉽 스토어 (1)_메인 이미지

수많은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서울 명동의 스와치 매장_출처 : 스와치

스와치 - 초기 스와치 모델_광고비주얼

빈티지한 매력이 엿보이는 초창기 스와치 제품_출처 : 스와치

1983년 세상에 등장한 스와치는 창업자 니콜라스 하이크의 모토인 ‘스위스를 대표하는 패션 시계 브랜드를 통해 중가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출발했습니다. 당시 시계 시장은 1970년대 일본이 선보인 쿼츠 무브먼트가 꽉 잡고 있는 상태였죠. 이유는 간단해요. 손가락으로 시계 오른쪽의 크라운(용두)을 돌리며 태엽을 감아야 했던 오토매틱 시계의 불편함을 제거했기 때문이죠. 배터리로만 작동하니 관리도 편했고요. 이에 니콜라스 하이크는 시계 부품 수도 줄이고 가격 경쟁을 위해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플라스틱 소재의 시계로 스위스 시계 부흥을 일으킵니다.

시계로 미술사와 패션 정복

스와치코리아 측은 “유쾌한 도전 정신과 창의적 혁신을 디자인과 기술에 녹인 브랜드 정체성을 세상에 선사하고 싶다”면서 “제품에 담긴 스토리로 소비자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경험하길 바란다”라는 브랜드 철학을 전했습니다. 현재까지 스와치가 ‘시계 그 이상의 액세서리’로 불리는 건 브랜드 스스로의 도전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예술, 스포츠, 패션, 문화’를 담는 순백의 도화지로 시계 그 자체가 사용 됐거든요.

퐁피두 센터와 키스해링과 협업한 라인_출처 : 스와치

[스와치-보도자료] 스와치(SWATCH), 프랑스 퐁피두 센터 협업 컬렉션 출시 (1)

파리의 퐁피두 센터의 대표적인 6개의 명작과 협업한 라인_출처 : 스와치

키스 해링 X 디즈니 광고 비주얼

키스해링과 협업한 스와치 제품 라인_출처 : 스와치

1985년, 스와치는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 키키 피카소와의 협업 제품을 선보이며 예술계에 손을 뻗쳤어요. 근래엔 현대 미술가 중 큰 명성을 얻고 있는 데미언 허스트, 백남준 작가를 비롯해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와 아디다스의 디자이너 제레미스캇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시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꿉니다.

지난 3월엔 세계 최대 현대 미술관인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와 손잡고 ‘스와치 X 퐁피두 센터’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국내에도 친숙한 프랑스 출신의 추상 미술가인 ‘로베르 들로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화가 ‘프라다 칼로’의 작품을 시계에 녹였죠. 제품가는 약 10만 원대입니다. 디자인과 가격만이 스와치의 전부일까요?

A/S까지 완벽, 피부가 된 시계

1997년 출시한 ‘SKIN CLASSIC(스킨 클래식)’을 수많은 사례 중 하나로 꼽아보죠. 이름 그대로 3.9mm 두께에 12g의 초박형 플라스틱 시계로 손목과 동화된 느낌을 줍니다. 기자 역시 학창시절, 이 제품을 착용하자마자 ‘헉’할 정도로 가벼운 무게감과 묘한 착용감에 감탄했어요. 최근엔 기존 스킨 클래식 라인에 디지털 시계 ‘스킨 비트’와 크로노 그래프 기능을 탑재한 ‘스킨 크로노’로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혔죠. 이 라인업은 시간 확인 외에 손목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편의성까지 구체화 한 명작으로 꼽힙니다.

스와치의 스킨 라인과 시스템51_출처 : 스와치

스와치 스킨 아이러니

착용한 것 같지 않은 착용감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스킨 라인_출처 : 스와치

스와치 시스템 51 (2)

단 51개의 부품으로 작동하는 시스템51_출처 : 스와치

1980년대 초, 청바지 브랜드 캘빈클라인은 당대 최고의 스타 브룩 쉴즈를 모델로 기용, ‘캘빈클라인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라는 캠페인 카피로 엄청난 마니아를 양산해요. 샤넬의 ‘No.5 향수’만 입고 잔다는 메릴린 먼로의 에피소드 역시 널리 알려진 얘기죠. 스와치 스킨은 이러한 무형의 성공적인 마케팅, ‘피부=시계’를 직관적 마케팅으로 구현했어요. 매일 신체에 착용하는 제품엔 완벽에 가까운 전략이었습니다.

부품 단순화 역시 스와치의 전매특허 기술입니다. 지난 2014년, 51개의 부품을 연결해 만든 ‘시스템 51’ 역시 스와치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죠. 단 51개의 부품만으로 움직이는 오토매틱 시계로 브랜드 기술력을 천하에 공표했습니다. 오토매틱 시계의 경우 부품만 적게는 70개부터 많게는 300개 가까이 사용되니 괄목할 만한 기술력이었죠. 애프터서비스도 강점입니다. 스와치는 기본적으로 수리가 불가능한 브랜드지만 구매 후 2년 안에 기계적 결함의 경우엔 새 제품으로 무상 교체를 해줘요. 배터리는 평생 무상 교체입니다. 저렴한 종로 시계 상가에서 배터리를 교체해도 기본적으로 1만 원 가까이 지불해야 하는 거 아시죠?

해외 판로 개척한 K-리셀러의 진화

“어제 기준으로 6피스(문스와치)가 입고 됐어요. 일주일 전부터 한 자릿수 내외로 시계가 매장에 들어오고 있지만 정확한 시간은 (매장도)모릅니다. 오늘도 몇 시에 입고될지 모르며 반드시 들어온다는 보장도 드릴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29일, 오후 4시 서울 명동의 스와치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매장 직원의 대답보다 놀라운 건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약 30개의 캠핑 의자였습니다. 공석도 있었지만 약 15명 정도의 인원이 대기하고 있었죠. 직원의 말대로라면 이날 대기 인원 중 약 1/4만이 문스와치를 손에 거머쥡니다. 벚꽃이 진지 한참이 지났지만 무릎담요를 얼굴부터 무릎까지 덮고 잠을 자거나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명동은 명동입니다.

서울 명동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문스와치_출처 : 스와치

스와치 문스와치 매장 DP 사진

명동 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스와치 컬렉션_출처 : 스와치

[스와치] MISSION TO THE SUN (2)

세라믹 원료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을 결합한 신소재로 제작된 문스와치_출처 : 스와치

이틀 뒤인 5월 2일, 다시 한 번 스와치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여전히 비슷한 인원이 매장 주변을 포진하고 있었죠. 그들은 브랜드 충성 고객일까요? 매장관계자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기 인원 중 포르O나 레인지로O와 같은 값비싼 차를 몰고 오는 사람도 있었어요. 큰 수익을 버는 전문 리셀러가 많다는 뜻이죠. 문스와치만 10개 이상 구입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기다렸다가 제품이 풀리면 구입 후 다시 캠핑 의자로 돌아가 입고를 기다리는 거죠. 이 중에 당일 구입한 시계를 손목에 착용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봅니다.”

문스와치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리셀러들의 활약이 컸습니다. 매장관계자가 언급한 10개 이상 이 제품을 산 리셀러의 수익을 계산해 볼게요. 초기 비용(33만1000원 X 10피스)은 3백31만 원입니다. 여기에 평균 5배가 붙는 리셀가로 계산하면 1천655만 원이 됩니다. 초기 비용을 제외하고 열흘간 그가 올린 수익은 1천324만 원입니다. 리셀가가 낮아지고 있음에도 줄을 서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들을 수 있었어요. 바로 해외 리셀시장 개척입니다. “문스와치를 판매하지 않는 국가엔 국내 리셀가에 두 배 가까운 가격을 책정해 판다고 합니다. 실제 착용을 원한다면 기다렸다가 사길 바라요.”

오랜 기다림은 아니길

아쉽게도 리셀시장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없어요. 기업 입장에선 그들도 소비자니까요. 그러나 스와치는 수십 년간 대중과의 신뢰를 구축, 차별화 된 가격과 품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커뮤니티에 쏟아지는 브랜드의 의도적인 ‘소량 마케팅’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은 거두고 싶어요. 그렇다면 문스와치는 웃돈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스와치] MISSION TO MERCURY

오픈런의 원조 롤렉스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하는 ‘교환 가치’가 있지만 스와치는 다릅니다. 리셀 시계의 조건과 어긋나기 때문이죠. 리셀 상품의 첫 번째 조건은 소재입니다. 금과 플라스틱은 비교불가 대상입니다. 비싼 소재의 가치가 당연히 크죠. 문스와치는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입니다. 두 번째는 구동 방식입니다. 쿼츠 시계보단 값이 더 나가는 오토매틱 구동 시계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죠.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희소성, 이 제품은 한정판이 아니기에 리셀 가치에 부합되지 않습니다.

기자는 스와치코리아 측에 오메가와의 협업 이슈가 개발 때 염두에 둔 마케팅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지만 똑 부러진 답변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대중성은 ‘친절함’을 뜻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이가 스와치로 자신만의 시간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문스와치 이전 스와치의 정책과 제품을 톺아보면 오랜 친구 같은 브랜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시계 브랜드임을 부정하긴 어려워요. 그래서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스와치는 왜?’

유재기

유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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