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테크 스타트업 트리플은 2017년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해외 220여 개 도시, 국내 도시 전체의 관광 정보를 담고 있죠. 670만 명가량의 이용자들이 쓴 450만 건의 일정을 바탕으로 여행자 개개인의 선호에 맞는 여행 경험을 제공합니다. 호텔을 예약하면 주변 명소도 함께 추천하고, 가고 싶은 장소들로 일정을 짜면 최적 경로를 만들어주죠. 여행 내내 해야 하는 일들을 앱 하나로 모두 끝낼 수 있습니다. 트리플이 바라는 것은 하나, 사람들이 여행을 좀 더 편하고 쉽게 즐기는 것이죠.
덕업일치의 삶은 어떨까요?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만 삼으라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습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은 이들의 얼굴은 밝았습니다. 김연정 트리플 대표를 비롯한 트리플 직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매달 한 번은 집이 아닌 곳에서 머물렀다는 김 대표는 물론이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말이 꼭 맞았습니다. 김 대표는 여행 앱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정작 여행자인 자신이 쓸만한 게 없어서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트리플은 뭐가 다를까?
김연정 트리플 대표_출처 : 바이브랜드
트리플은 여행 전 이용하는 예약 플랫폼을 넘어 여행 중에도 쓰는 가이드형 앱을 지향합니다. 한 사람이 해외여행을 갈 때, 평균적으로 150만 원을 쓴다고 합니다. 그중 60%는 여행 전에 미리 항공권, 숙박권 등 상품 예약의 몫입니다. 남은 40%는 여행지에서 식사나 쇼핑을 하는 용도죠.
그런데 대부분 여행 플랫폼은 여행 전에 예약 가능한 상품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김 대표는 아무도 건들지 않는 나머지 40%의 영역을 메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컨대 여행 중 내 위치에 기반해서 가까운 음식점을 추천해 주고, 갑자기 비가 오면 비올 때 가볼 만한 곳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혹은 여행지에서 갑자기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에 빈자리가 생기면 현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림을 보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일인데요. 홍콩 관광청에서는 2년에 한 번 와인 페스티벌을 열어요. 그날 홍콩에 있는 이용자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티켓도 할인 판매했어요. 그때 한국인들이 역대 최고로 많이 방문했다고 해요. 그렇게 해서 광고비나 예약 수수료를 받아 수익 모델로 이을 수 있죠. 예약과 더불어 현지에서 가이드 역할까지 하는 것은 현재 트리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출처 : 트리플
트리플은 팬데믹 이전에는 해외여행만 지원했습니다. 국내 여행에 관한 양질의 정보는 이미 차고 넘친다는 생각에, 국내 여행을 지원할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여행 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죠.
다행히 트리플은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이용자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트리플을 이용했던 여행자들은 여행을 다시 추억하고 싶을 때, 트리플을 켰습니다. 예전에 짰던 여행 일정을 보거나 다녀온 장소를 다시 찾아봤죠. 앱에 여행기를 기록하기도 해서, 여행 경험과 트리플을 이용한 경험이 함께 추억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월간 순 이용자 수(MAU)가 25만 명대를 유지합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해외여행이 재개될 때까지 트리플을 기다려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김 대표는 국내에서 트리플을 써본 사람이 해외에 나갈 때, 또 쓸 수 있으니 이를 기회로 삼고 국내로 전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로의 확장
트리플은 '여행 매거진'이란 이름으로 매주 다른 콘텐츠를 제공한다_출처 : 트리플
2020년 5월, 트리플은 제주도를 시작으로 ‘국내 항공권 예매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3월 도입한 해외 항공권 예매 서비스를 확장한 것으로, 코로나로 위축된 여행업에 대응하며 본격적인 위기관리 모드로 들어섰죠.
핵심사업무대를 국내여행으로 전환하면서 가장 집중한 것은 ‘큐레이션’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을 전문으로 할 때는 타깃이 초행자들이었습니다. 많아도 세 번 정도 방문한 사람들이죠. 그래서 프랑스 파리하면 에펠탑처럼 주요 명소들을 우선순위에 놓고 추천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국내여행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에 타깃을 어떻게 정하고, 콘텐츠의 깊이를 얼마나 해야 할지 문제였습니다. 제주도를 처음 가는 사람도 있고 10번, 100번 간 사람도 있죠. 그래서 트리플은 매주 다양한 주제로 큐레이션 해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요즘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거나, 자연친화적인 곳들이 주를 이루죠.
가고 싶은 여행지를 입력하면 동선과 일정을 함께 짜준다_출처 : 트리플
김 대표는 같은 장소도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강조합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손잡아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쓰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눈 여겨볼 점은 국내에서 최초로 추가한 ‘경로 중 장소 추천’ 기능입니다. 일반적인 장소 추천 서비스는 대부분 특정 위치를 중심으로 그 근처 장소를 추천하지만, 트리플은 이동 경로를 기준으로 주변에 들러갈 수 있는 곳을 추천한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보통 국내는 렌터카나 자가용으로 직접 운전해서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서 착안했습니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중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내비게이션 경로 상에서 들를 만한 곳을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국내 여행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은 서비스이기도 하죠.
2017.07
트리플 정식 서비스 시작
2018.12
구글플레이 올해의 앱 최우수상 선정
2019.09
가입자 500만 명 돌파
2020.11
200억 원 브릿지 투자 유치
2021.06
해외 200여 개 도시 및 국내 전역 서비스
트리플 정식 서비스 시작
구글플레이 올해의 앱
최우수상 선정
가입자 500만 명 돌파
200억 원 브릿지 투자 유치
해외 200여 개 도시 및
국내 전역 서비스
여행 앱 1위로 발돋움
트리플에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대형 플랫폼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다뤄본 기술자들이 많습니다. 그 덕분에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여행 콘텐츠와 상품을 초개인화해 제공할 수 있었죠.
보통 여행 서비스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숙박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에서도 이점을 발휘할 수 있었던 까닭입니다. 김 대표는 “좋은 요리를 하려면 재료부터 좋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익스피디아, 아고다 등 6개 공급사에서 B2B로 숙소를 공급받은 이유죠. 문제는 공급사마다 호텔 명이나 룸의 이름, 가격 같은 정보가 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호텔 룸의 가격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합니다.
트리플은 텍스트 마이닝을 진행해 호텔과 룸을 매핑합니다. 예컨대 6개 공급사에서 받은 것 중에서 싱글룸에서 제일 싼 가격을 보여주고, 이 상품이 팔리면 그다음 가격의 상품을 보여주는 식이죠. 숙소를 여러 개의 공급사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게 됩니다. 말은 쉽지만 상당히 복잡한 기술인데, 뛰어난 개발자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고도의 기술력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위기관리에 나선 덕분에 트리플은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입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거래액을 회복한 데다가 상품 예약은 오히려 팬데믹 이전보다도 3배 이상 늘어났죠.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트리플은 2021년 12월 월간 사용자 수 37만 8234명으로 종합 여행사 분야 1위에 올랐습니다. 여행 앱 1위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트리플은 이제 해외여행 재개 이후 그려낼 맞춤형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김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여행 경험을 선사해 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트리플이 다시 그려갈 비행이 기다려집니다.
“여행은 돈을 가장 가치있게 쓰는 방법 중 하나라고 믿어요. 그런데 여행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느끼려면 여행 자체가 편해져야 하죠. 10만 원을 쓰더라도 손해가 아니라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으면 해요. 트리플을 더 좋게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시간과 돈을 쓰더라도 더 좋은 여행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로 남고 싶어요.”
조지윤
info@buybran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