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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the B에서 조우한 브랜드 인사이트 4

B the B 조감도_출처 : SBA

팬데믹으로 수년간 공실! DDP 디자인 장터의 수백 평 전시공간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사회적 거리 두기로 텅 비었던 동대문이 활기로 가득하다.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한 서울패션위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그 어느 해보다 유동인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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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에 설치된 큐브형 미디어 월_출처 : SBA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연 브랜드 전용 공간 ‘B the B’가 눈에 띈다 SBA는 2019년 이후, 서울 기반 중소기업의 엄브렐러 브랜드*로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서울 소재 브랜드의 ‘제품개발&홍보’, ‘매거진 콘텐츠 제작’ 등 공공기관이 섣불리 시도하지 않았던 지원 사업으로 로컬 브랜드의 든든한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맡았다. 금년부터 국내 뷰티/패션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한 ‘특화 공간 운영’에 박차를 가한다. B the B를 통해 확장된 국내 비주얼 문화를 살펴보자.

1. 현대와 조우한 뿌리 깊은 나무

B the B의 입지는 심장 옆 대동맥에 빗댈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1번 출구 방면 복도를 중심으로 날개처럼 펼쳐진 370여 평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구조다. 행인의 시선은 자연스레 B the B의 통창으로 쏠리는데, 내부 구조물이 효과적으로 노출된다.

출처 : S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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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테크 라운지 중심을 차지한 나무 오브제_출처 : SBA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멈춰 바라보는 오브제가 있다. 시선을 따라가니 100평 규모의 공간에서 코끼리 다리를 닮은 거대한 나무뿌리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행인들이 연신 인증샷을 남기던 굵은 나무뿌리는 전라남도 나주에서 공수한 물건으로 관람객의 흥미를 건드리는 와우 포인트(wow-point)로 자리매김한다. 인지심리학적으로 단박에 포착되는 비주얼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더 나아가 공간 자체에 대한 호감으로 연결된다.

금호동 복합문합공간 알베르의 템버린즈 팝업 전시_출처 : @tamburins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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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동 복합문합공간 알베르의 템버린즈 팝업 전시_출처 : @tamburinsofficial

식물의 생명력을 키 비주얼로 연출한 플래그십 스토어, 거대 오브제를 활용한 전시 공간. B the B의 기획에서 기시감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는 젠틀몬스터의 프래그런스 브랜드 템버린즈가 즐겨 쓰는 기획이다. 또한 잎사귀 큰 식물과 이끼를 식재한 B the B의 바이오 필리아 인테리어는 현재 많은 뷰티 브랜드가 차용하는 비주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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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the B 라이프스타일 라운지_출처 : SBA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간이 브랜드 콘셉트가 잘 녹아 있는 체험전달자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당장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추후 고객의 선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많은 기업이 고객 체류시간을 중시한 콘셉트형 대면공간을 구축하는 이유다.

B the B는 트렌디한 콘셉트형 대면 공간을 선구축, 스몰 브랜드의 고객 접점을 마련한다. 상품 퀄리티는 뛰어나지만 부동산 기반 브랜딩을 펼칠 여력이 없는 기업에게 힘을 실을 것으로 기대된다. B the B에서 온라인 플랫폼(무신사, 브랜디)와 손잡은 국내 중소형 뷰티/패션 브랜드의 MD를 다수 확인 할 수 있었다.

*출처 : 젠틀몬스터는 왜 제품 없는 매장을 만들었나

2. 거래는 온라인에서, 경험은 오프라인에서

뷰티 브랜드 상품은 크기가 작아 고객이 차별화 된 가치를 인지하기 어렵다. MD를 눈에 띄게 만들 묘책이 필요하기에 최근 뷰티 브랜드는 최근 공감각적 브랜드 경험에 열을 올린다. 오감이 서로 연결되어 강화되면 제품 인지도가 높아지며 결과적으로 이미지가 나아진다는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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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동선에 진열된 SWG의 프래그런스 아이템_출처 : W코리아

최근 학계에서도 공간 경험 연구가 활발하다. 미적 감흥을 유발하는 공간에서 소비자 행동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에 나서고 있다. 투명 유리를 쓴 공간의 건축적 특성이 대중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논문*이 있을 정도. 진열대를 박스로 가득 채운 창고형 공간에서 화장품에 감탄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현대인은 이미 매일 커머스 플랫폼을 누비며 쏟아지는 상품의 홍수 속에서 취향에 알맞은 브랜드를 감별하는데 도가 텄다.

*출처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There or not there? A multidisciplinary review and research agenda on the impact of transparent barriers on human perception, action, and social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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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테크 라운지의 체험형 키오스크_출처 : SBA

글로벌 리테일 전문가 황지영 UNCG 마케팅학부 교수는 DBR 354호에서 엔데믹 이후 럭셔리 공간 마케팅의 핵심이 ‘상품 구매(buying)가 아닌 브랜드 존재(being)의 가치를 제대로 체험하게 하는 것’이라 설명한 바 있다. 특히 재미, 영감, 예술성을 지닌 공간의 위력을 강조한다. ‘브랜드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실재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차세대 공간 마케팅의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B the B는 작은 것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많은 이가 이끼 낀 나무뿌리 밑동을 직접 만지며 나무뿌리 틈새에 끼워진 화장품을 직접 꺼내 손에 쥐고 있었다. 상품탐색을 마치면 연결통로 위치를 확인해 다른 라운지로 자발적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 포착됐다. 대중은 우연히 조우한 공간에서 내심 만나고 싶었던 브랜드를 탐색하는 경험을 맞이할 것이다.

3. 콤비네이션 → 유망 산업 특화

B the B는 데스벨리를 넘긴 중견 브랜드를 집중 조명하는 시도에 나선다. 170여 평의 공간은 분기마다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하는 팝업 전시공간으로 기능한다. 미디어 월이나 아트 오브제를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연출하는데, 이는 최근 성수동 기반 영패션 브랜드가 선도하는 팝업 스토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는 공간 구성이다.

출처 : S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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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라운지의 안다르 팝업 전시_출처 : SBA

첫 팝업 전시 파트너는 국내 인기 애슬래저 브랜드 안다르(andar). 눈에 띄는 전시 특징은 테마(theme)다. ‘서울을 걷다’라는 주제로 전시공간을 구성했다. 한양도성 옆 비탈진 언덕길을 오르는 러너 커플, 한밤중 서울의 빌딩 숲을 가르는 이들이 전시공간 내부의 미디어 월을 장식한다. 시그니처 제품을 착용한 모델이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와 뒤엉키며 세련된 비주얼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SBA는 서울산업을 주제로 한 종이 잡지(서울메이드 매거진) 제작을 통해 서울 기반 브랜드를 모두 포괄하려는 시도에 나섰던 바 있다. 지난 캠페인 규모를 축소시키고 B the B의 공간 기반 브랜딩에 힘을 모으는 상황. 유망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브랜드를 집중 조명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4. 서울이 곧 팝업스토어다

서울의 브랜드 가치는 서울의 자연환경과 인구 특성에서 비롯된다. 천만명이 사는 거대도시에 커다란 강과 높은 산이 도시를 횡단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고유한 자연지리는 제품의 스토리텔링과 디자인에 기여하며, 서울의 다양한 자연환경은 로컬 콘셉트를 탁월하게 추출해 상품화시키는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이라는 것이 SBA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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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A

SBA는 서울을 브랜딩에 은유하는 게 효과적이란 사실을 경험적으로 입증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들은 2019년 12월부터 서울메이드(SEOULMADE)라는 이름으로 서울 기반 브랜드의 MD 제작 지원사업에 나섰다. 서울을 상징하는 주제(서울의 맛/멋/안전/편리)에 부합하면 OK. 을지로 노포에서 파는 먹태나 서울의 보도블럭에서 영감을 얻은 신발 등, 이들이 구상한 라이프 스타일 굿즈는 29CM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쇼핑 플랫폼을 통해 약 9억 88백만 원의 연간 매출*을 올리며 서울을 상징화한 브랜드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21년 통계자료 기준, 84개사 143종 제작)

물론 리스크는 존재한다. 기관 수장 교체로 사업이 번복되는 것이 공공기관이다. 이 점을 통제하고 일관성 있는 공간운영이 뒷받침 된다면, B the B는 본질이 뛰어난 서울 기반 뷰티/패션 브랜드를 만나는 역동적인 팝업스토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김정년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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