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다는 2017년 12월 문을 연 식물 큐레이션 서비스입니다. 이주연 심다 대표는 식물을 더 이상 죽이고 싶지 않아서 식물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새순이 돋는 기쁨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주변에 식물을 하나 둘 추천하다 보니 식물 큐레이션에 이르렀죠. 식물 큐레이션 서비스로 특허 출원까지 받은 심다는, 식물을 어렵게 들여야 더 애정을 쏟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심다가 들려주는 특별한 식물 생활을 전해드릴게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경우가 더러 보입니다. 그런데 잘 못하는 일을 굳이 업으로 삼는 경우는 보기 드물죠. 그런데 이주연 심다 대표는 스스로 식물을 잘 죽이는 사람이었다고 말합니다. 더는 식물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공부하다 보니 ‘식물 큐레이터’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갖게 됐다는데요. 큐레이터는 원래 미술관에서 우수한 작품을 뽑아 전시하는 기획자를 뜻합니다. 직접 그림을 그리진 않지만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분류해, 보다 더 의미있게 전달하죠.
이 대표는 식물로 큐레이션을 하는 사람입니다. 직접 파종을 하고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과 어우러지는 식물을 찾아주죠. 좋아하는 잎의 모양, 꽃의 색깔, 화분의 크기 등의 개인적인 취향부터 식물을 키워본 경험, 평소 생활습관까지 고려해 딱 맞는 식물을 추천합니다.
식물을 살리기 위해 ‘심다’
출처 : 심다
이 대표는 결혼 후 식물 선물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식물을 잘 키우지 못했기에 죽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심지어 우울증을 겪고 있던 이 대표는 식물이 죽어가는 모습에 스스로를 투영하면서 더욱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죽은 식물을 직접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면서 우울한 기분은 배가 됐죠.
더 이상 식물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잘 가꾸는 법을 찾았습니다. 30년 가까이 식물가게를 운영해 온 외숙모의 도움도 받기도 했는데요. 처음에는 물론 어려웠지만, 새순을 틔울 만큼 식물을 잘 키우는 법을 터득해갔습니다. 자연스레 식물과 교감하는 기쁨도 알아갔죠. 게다가 부지런하게 식물을 가꾸다 보니 몸이 앓고 있던 수면장애도 완화됐습니다.
이 대표는 식물을 돌보면서 ‘터널에서 빠져나왔다’고 표현합니다. 그는 주변에 식물을 선물하기도 하고, 식물을 심으려는 친구들을 돕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인이 자신의 빈 화분에 심을 식물을 추천해달라고 청했는데요. 이 대표는 자주 놀러가던 집인 만큼 그 집의 환경을 떠올리고, 그 분이 평소 좋아하던 것을 생각해 식물을 심어드렸죠. 잘 키울 수 있도록 이런저런 조언도 해드렸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른 이들에게도 식물을 추천해주게 됐습니다. 집 근처에 작은 작업실을 얻어 직접 식물을 팔며, 본격적으로 생활이 업이 되기 시작했죠.
출처 : 심다
식물이 들어갈 집의 환경, 손님에게 개인의 취향을 섬세하게 물어보는 이 대표 자신의 모습은 심다의 모태가 됐습니다. 어떤 일을 하냐는 물음에, 단순히 식물가게를 운영한다고만 밝히긴 난감했죠. 자신을 표현 할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컨설턴트라는 단어를 떠올렸지만 각자에게 어울리는 식물을 알아내고 고르는 과정은 큐레이션에 더 가까웠습니다. 처음 식물을 추천하던 때로부터 1년이 지나, 이 대표는 ‘식물 큐레이터’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구축하게 됩니다.
그는 인스타그램으로 식물 소식을 전하고, 추천하는 것을 넘어 본격적으로 큐레이션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이 대표는 심다라는 이름을 짓기까지 10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요. 매번 이름을 지어도 다음날 자고 일어나면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롭게 짓곤 했습니다. 한글로도 쉽고, 영어로도 표현이 되고, 사람들에게도 각인이 될 삼박자를 맞추기 어려웠었죠.
그러던 중 동사 단어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심다(simda)’를 떠올렸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하나로 정의하면 심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다음날 고민하고, 그 다음날 또 생각해도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이 대표는 2017년 12월, 본격적으로 식물 큐레이션 서비스 심다를 시작합니다.
“식물을 어렵게 들이길 바라요”
출처 : 심다
심다의 식물 큐레이션은 고객의 취향과 공간의 환경을 섬세히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습도, 채광 등 공간의 상태, 좋아하는 식물, 고객의 식물 경험 등에 관한 30여 개의 질문이 담긴 설문지를 받습니다. 만약 실외거나 상업용 공간이면 질문은 좀더 복잡해집니다. 일반 가정집보다는 변수가 많은 환경때문인데요. 이 대표가 직접 방문해서 살피기도 합니다.
설문을 통해서 고객에게 가장 적절한 식물과 화분을 함께 추천해 줍니다. 화분은 식물을 보다 아름답게 보이게 해주는 만큼 화분 역시 큐레이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과정이 다소 번거로운 만큼 좀더 쉽게 이용하고 싶은 고객에게는 상담을 통해 몇 가지 필수질문만 해서 추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람들이 식물을 어렵게 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뭐든지 쉽고 빨리 하는 시대죠. 저는 거꾸로 천천히 어렵게 식물을 소개해요. 식물은 빨리빨리가 아니라 시간을 필요로 해요.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그 식물을 진짜 알게 되기도 하고요. 식물을 쉽게 들였다가 죽이게 되면, 그 다음 식물 생활을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는 걸 스스로 경험했기에 알고 있거든요. 번거롭기는 하지만 어렵게 들였을 때, 식물에 대한 애정도 더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화장품 공병을 업사이클링 한 그린사이클 화분_출처 : 아모레퍼시픽
그래서 이 대표는 겨울에 식물을 구매하려는 분께는 지금 사지 말고 좀더 키우기 좋은 때인 봄에 사시라고 말씀드리기도 합니다. 고객이 사간 식물이 잘 안 크면 바꿔 주기도 했죠. 사업자의 마인드라기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일까요?
하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잘 키워야지 식물을 더 많이 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을 죽이고 또 사게 해서가 아니라, 잘 키우는 사람이 재미를 느껴 또 사고 선물도 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믿음이죠.
심다는 식물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다른 기업, 기관들과도 협업합니다. 2017년 서울시 돈의문박물관마을, 2018년 서울정원박람회가드닝에서 진행한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이 대표는 2021년 아모레퍼시픽과 진행한 ‘그린사이클 화분’ 나눔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합니다.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해 만든 화분에다가 식물을 옮겨 심어 기증하는 것이었죠.
포장에 쓰이는 테이프까지 최소화하는 활동을 지켜보며 심다에도 적용했습니다. 작은 화분은 재활용 커피 캐리어에 담아 포장하는 등의 방식이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식물을 아끼는 것처럼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2017.03
식물 큐레이션 서비스 시작
2017.12
심다 창업
2020.03
심다 <식물 키트> 제품 출시
2020.06
오프라인 매장(양재) 오픈
2022.02
<월간 초심> 론칭
식물 큐레이션 서비스 시작
심다 창업
심다 <식물 키트> 제품 출시
오프라인 매장(양재) 오픈
<월간 초심> 론칭
식물 생활을 돕기 위해
월간초심 첫번째 식물 스노우드롭_출처 : 심다
심다는 2022년 새로운 프로젝트인 ‘월간 초심’을 시작합니다. 월간 초심은 각 계절별 혹은 절기별로 때에 맞춰 만날 수 있는 식물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선정을 할 때에는 초심자들이 처음 식물 생활을 시작할 때에 꼭 키워봤으면 좋을 것 같은 식물을 고르기 위해 노력합니다.
2월은 입춘과 우수를 기념해 ‘구근을 심다’라는 주제로 스노우드롭을 소개했습니다. 구근 식물이 얼어 있는 땅 위로 꽃을 피우면서 봄의 시작을 알리기에 이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이 대표는 월간초심이야말로 큐레이션 서비스인 심다와 가장 결이 맞는 콘텐츠라고 생각해 기대감이 크다고 전합니다.
심다는 식물에 관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내놓습니다. 서울 양재화훼단지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을 매월 새로운 주제에 맞게 꾸며, 식물 큐레이션을 직접 경험할 수도 있게 하고요.
양재에 위치한 심다 오프라인 공간_출처 : 심다
큐레이션뿐만 아니라 모두가 건강한 식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도 진행합니다. 꼭 식물에 한하지 않고 식물을 키워가는 데 필요한 화분, 흙과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팬데믹 이후 홈가드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심다도 덩달아 분주해졌습니다. 집에 식물을 들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2020년 이전엔 3040세대 고객들이 주를 이뤘는데 이젠 20대 고객들이 많아졌다고도 합니다. 작은 방에서도 키울 수 있는 키가 작고 배치가 쉬운 식물들이 인기죠.
이 대표는 식물 생활을 이어가는 데는 현실적으로 가격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다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식물을 만날 수 있게, AI를 접목한 큐레이션 서비스도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도 식물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심다가 꾸려갈 식물 생활이 궁금해집니다.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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