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이 백화점에? 워킹마스터

스타트업 춘추전국시대에서 ‘깔창’ 하나로 승부를 보는 곳이 있습니다. ㈜나인투식스가 운영하는 기능성 깔창 매칭 플랫폼 ‘워킹마스터클럽’은 인공지능(AI) 기술로 고객의 발을 분석해 각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기능성 깔창을 제공합니다. 2017년 문을 연 워킹마스터클럽은 기술력 하나로 세계 3대 국제발명전시회에서 모두 금상을 수상합니다. 국내 깔창 브랜드 최초로 백화점 입점에도 성공했죠. 누적 회원 수 10만 명을 유치하며 매년 25%씩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워킹마스터클럽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신발 쇼핑의 룰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매장에 가서 직접 신어보고, 내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샀다면 이젠 온라인에서 치수만 보고도 쉽게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마찬가지로 전문 브랜드가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예쁘게’ 공들여 만든 신발도 잘 팔리는 세상이죠. 기능보다는 디자인에 치중된 신발이 많아지다 보니 발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멋은 포기 못하겠지만 발을 좀 더 편하게 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났죠.

여기 2대째 ‘발 편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희경 나인투식스 대표는 기능성 신발 제조 회사 ‘기성일의 건강신발’을 운영한 아버지와 똑같은 영역에서 창업했습니다. 패션에 민감한 젊은 사람들도 건강한 발을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죠. 아버지께선 기 대표가 어릴 때부터 ‘사람은 자기 일을 해야 한다’며 사업을 권했지만 그는 기자가 되고 싶다며 인턴 기자 생활까지 했었습니다. 사업을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죠.

이젠 아버지와 ‘라이벌’이라며 맑게 웃어 보이는 그는 어쩌다가 5년째 기능성 깔창 사업을 이어가게 됐을까요?

‘노티’벗으니 ‘불티’난 깔창

사막여행_기대표

2016년도 사막 여행 중인 기희경 대표_출처 : 나인투식스

2016년, 기 대표는 교환학생을 떠난 리투아니아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친구들을 만나며 꿈이 ‘직업’으로만 귀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죠. 본디 기자가 되고 싶었던 기 대표는 어떤 꿈을 가져야 할지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가 새로운 꿈을 꾸게 된 것은 사하라 사막. 오랜 야외 활동 끝에 발이 너무 아팠던 그는 여행 전 아버지께서 미리 챙겨주신 기능성 신발이 떠올랐습니다. 투박한 디자인 탓에 그간 거들떠보지도 않았었죠. 극심한 통증에 그는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신발을 신어보니 금세 아픔이 가셨죠.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기 대표는 2030세대가 기능성 신발을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 때문에 신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젊은 층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했죠. 그는 신발은 깔창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아버지의 신념처럼 깔창을 기능성으로 만드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기 대표는 귀국하자마자 2017년 6월 사업자를 냅니다. 당시 나이 25살. 그는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신발 공장의 메카인 부산으로 내려가 깔창 제조로 가장 유명한 공장을 찾았습니다. 물론 단칼에 거절당했죠. 어린 여성이 제조업 대표라는 것을 믿지 못하셨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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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슈즈에도 붙일 수 있는 스티커깔창_출처 : 나인투식스

그는 굴하지 않고 3일 내내 공장을 찾아 공장장 퇴근 시간까지 기다렸습니다. 삼고초려 끝에 해당 공장에서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고, 이후 실제 제품을 만들 때에도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딸이 가업(!)을 잇는다고 하면 도와주실 만도 한데 기 대표의 아버지께서는 오히려 혼자 먼저 해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기 대표는 “제가 분명 (공장에서) 퇴짜 당할 걸 알면서도 추후 거절당하는 습관을 통해 강한 트레이닝을 시킨 것 같다”라고 웃어 보였습니다. 아버지가 도왔다면 사업을 편하게 할 수는 있었겠지만 작은 시련에도 쉽게 꺾였을 것이라는 설명이죠.

기대표는 2017년 11월 첫 제품인 ‘워킹마스터 스티커깔창’을 출시합니다. 보통 깔창은 넣었다 뺐다 하는 방식이라 번거로운 반면 스티커형은 간편하고, 고정이 되어 발의 피로도도 줄였습니다. 핸드폰 그립톡에 주로 사용하는 겔 타입 스티커를 활용해 붙여다 떼내도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대개 앞꿈치, 뒤꿈치에만 집중한 기존 깔창과 달리 발 가운데 아치 곡선을 중심으로 균형을 잡아 발의 통증을 줄여줍니다. 하이힐, 플랫슈즈, 슬리퍼 등 신발의 종류와 무관하게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는 신발에 쓸 수 있어 2030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었죠. 워킹마스터클럽의 주 고객은 30대 여성으로 기존에 5060 남성 고객이 주 고객이었던 기능성 깔창·신발 시장의 흐름을 바꿨습니다.

판매전략 없는 게 ‘전략’, 백화점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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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연 모습_출처 : 나인투식스

스티커 깔창은 세계 국제발명전시회(미국 실리콘밸리, 스위스 제네바, 서울)에 모두 금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습니다. 족부 전문 의사와 협업한 덕분에 전문성도 확보했죠. 워킹마스터클럽은 제품력을 바탕으로 이제 인지도를 넓혀가야만 했습니다.

기 대표는 그 시작점을 백화점으로 잡습니다. 인지도가 낮은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들어가기에 백화점은 허들이 높습니다. 단, 기 대표는 제품력에 자신 있는 만큼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고객이 실제 경험할 때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이겠다 싶었죠.

고객 피드백도 오프라인의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제품이 마음에 안 들면 그저 ‘별점 테러’로 그치지만 현장 반응은 피와 살이 되니까요. 물론 불만족을 표하는 고객의 말에 기분 상할 순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단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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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스캐너로 발을 진단하는 모습_출처 : 나인투식스

기 대표는 부산 공장에서 3일 내내 기다렸던 ‘깡’을 이번에도 발휘했습니다. 그는 국내 방방곡곡의 전시회를 돌아다니며 백화점 MD들을 만났습니다. 노력 끝에 2018년 3월 롯데백화점에서 단 일주일 동안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기회를 얻어냈죠. 초기엔 다들 시큰둥했습니다. 객단가 3~5만 원에 불과한 ‘깔창’으로 얼마나 매출을 올리겠냐는 반응들이었죠.

우려와 달리 워킹마스터클럽은 첫날 매출만 700만 원을 터뜨렸습니다. 기 대표는 판매 전략을 세우지 않은 것이 전략이었다고 강조합니다. 대신 그는 풋 스캐너로 10초 안에 ‘고객님의 발을 체크해 드리겠다’고만 말했죠. VR/AR 기기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하드웨어에 동양인의 체형, 발 상태 등을 고려해 소프트웨어를 변형한 풋 스캐너는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풋 스캐너로 발의 문제를 파악한 후 맞춤형으로 깔창을 추천하자 고객들은 열렬히 반응한 것이죠.

그 덕분에 일주일이었던 계약 기간은 3개월로 늘고, 자리 또한 구석에서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 명당으로 옮겨갔습니다. 이후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았죠. 롯데백화점에는 2018년 11월 정식으로 입점합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국내 최초의 깔창 브랜드가 된 것입니다. 올리브영, 카카오 메이커스 등 메이저 스토어 브랜드에도 입점하며 대형 유통망을 확보합니다.

2017.06

㈜나인투식스 설립

2018.07

‘실리콘밸리 국제발명전시회 금상 수상

2018.09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점 입점

2019.07

온라인 발 건강 체크 서비스 런칭

2022.03

기능성 신발 물컹슈즈 런칭

㈜나인투식스 설립

실리콘밸리 국제발명전시회
금상 수상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점 입점

온라인 발 건강 체크
서비스 런칭

기능성 신발 물컹슈즈 런칭

깔창도 AI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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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인투식스

워킹마스터클럽은 깔창을 잘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풋 스캐너, 온라인에서는 발 진단 테스트를 통해 고객의 문제에 따른 맞춤형 제품을 추천합니다. 최근 발이 불편해 깔창을 써볼까 고민하는 고객부터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등에 따른 특정 부위 통증 해소를 돕는 깔창을 찾는 고객까지 폭이 넓어서죠. 딥러닝,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합니다.

풋 스캐너는 미국의 발 건강 1위 업체 에이트렉스(Aetrex)와의 협업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에이트렉스는 세계에서 풋 스캐너를 최초로 만든 회사이면서 기 대표가 사업을 시작할 때 롤모델로 삼은 곳입니다. 에이트렉스는 과거 금강제화와 손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다가 실패한 전적이 있기도 한데요, 그만큼 워킹마스터클럽의 비즈니스 모델에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기 대표는 깔창에 젊은 세대의 감각이 들어갔다는 점과 더불어 2대째 기능성 신발, 깔창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했습니다. 에이트렉스 역시 가족이 3대째 운영하는 만큼 워킹마스터클럽이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이라 판단했고, 1년간의 설득 끝에 2018년 O2O 플랫폼 협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합니다. 현재 풋 스캐너는 국내에는 총 6대가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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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인투식스

발 진단 테스트는 성별, 발 아치 유형, 통증 부위, 주로 신는 신발 등 네 가지 질문을 통해 진행됩니다. 결과를 18가지 패턴으로 알고리즘화해서 입문형/일반형/프리미엄형 등 세 가지 단계별로 맞춤형 기능성 깔창, 신발을 추천합니다. 기존 기능성 깔창들은 일대일 맞춤형으로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 대표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방식으로 사람들이 필요한 유형을 패턴화해서 제작하면 가격도 낮추고, 품질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온라인 진단은 오프라인에서 풋 스캐너로 진단하는 것에 비해 정확도는 떨어지집니다. 그럼에도 매장에 방문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 발 피로도가 누적된 고객들을 위해서 온라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깔창이 ‘진짜’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인 것이죠.

인공지능으로 알고리즘 추천을 고도화해 가면서도 기 대표는 본질은 CS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컨대 알고리즘이 평발 고객에게 평발에 좋은 신발을 추천해도, 발은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예민한 신체 부위인 만큼 안 맞을 수도 있어서죠. 워킹마스터클럽은 철저한 CS를 우선으로 고객들이 깔창을 사용해 본 경험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합니다.

‘겨우’ 깔창이 끝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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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인투식스

워킹마스터클럽은 올 3월 기능성 신발 ‘물컹슈즈’를 출시하며 깔창에서 신발로 사업을 확장해갑니다. 처음 창업할 때에는 신발은 기능보다 패션의 비중이 높다고 생각해 신발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제품인 깔창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이겨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죠. 그럼에도 신발을 만들어달라는 고객들의 계속된 요청에 기 대표는 신발로 사업의 외연을 넓힙니다.

그는 2년여간 연구하며 하루에 3만 보 이상을 걸으며 오래 걸어도 피로하지 않은 신발을 골몰했습니다. 주로 해외 브랜드인 기성 운동화는 서양인의 발 모양에 맞춰진 데 비해 발 관련 데이터 3만 건을 분석해 한국인의 발에 가장 잘 맞는 신발을 만들었죠. 어글리 슈즈 트렌드와 맞물려 기존 기능성 신발의 촌스러운 디자인에서도 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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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컹슈즈_출처 : 나인투식스

무엇보다 핵심은 깔창이죠. 실리콘 소재의 깔창을 사용해 98.4%의 충격 흡수율로 보행 시 안정감을 확보합니다. 기 대표는 “좋은 깔창은 신자마자 편한 게 바로 느껴진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냅니다. 편한 신발의 핵심은 깔창이라던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며 좋은 깔창을 꾸준히 만들어가겠다는 포부입니다.

워킹마스터클럽은 지난해 매출만 10억 원을 기록하며 ‘깔창’ 하나로 얼마나 성공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불식시킵니다.

나아가 깔창의 확장성에 대한 의문도 잠재울 반가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최근 서울 강서구, 노원구 등은 발달장애인 실종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능이 탑재된 신발 깔창을 지원합니다. 깔창이 발 건강 제품을 넘어 사회적인 역할까지 해내는 지금, 워킹마스터클럽이 깔창으로 빚어낼 미래가 또 한번 기대됩니다.

조지윤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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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05.01 승인완료

구매내역

아버지에 이어 딸이 2대째 창업한 기능성 깔창 사업
백화점 입점부터 시작한 도전적인 오프라인 전략
맞춤형 깔창 추천하는 딥러닝·머신러닝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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